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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세계 금리 흐름

[美, 기준금리 인하]“중간 사이클 조정” 선긋는 파월…트럼프 ‘불만’·시장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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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인하 가능성 제한…뉴욕증시 1%대 ↓

현재 美경제 상황 나쁘지 않다는 판단 깔려

‘비둘기성향 연준’ 원했던 시장 기대와 상반

위원 2명의 반대표 금리정책 불확실성 의미

트럼프 “문제는 경쟁국 아니라 연준” 맹비난

헤럴드경제

3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발표 및 제롬 파월 의장 기자회견 후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거래중개인이 당혹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향후 추가 인하 전망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을 표한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1%대의 하락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나타냈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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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대로 3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췄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실망이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23% 급락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은 각각 1.09%, 1.19% 내렸다. 지난 5월 미·중 무역협상 결렬에 따른 급락 이후 최대 낙폭이다.

CNBC방송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에서 나온 두 단어, 즉 ‘중간 사이클 조정’(midcycle adjustment )이란 말이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고 전했다.

해당 발언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으로, 연준이 좀더 비둘기적 성향을 보이길 원하는 시장의 기대와 상반된 발언이다.

이는 글로벌 여건이 미국 경제 전망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보험성 인하를 할뿐 현재의 미국 경제 상태는 나쁘지 않다는 연준의 판단과, 일회성 금리인하는 경기확장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며 연준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시장의 기대 간에 여전히 적지 않은 견해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준이 마지막으로 금리를 인하했던 2008년 12월 당시 미국 실업률은 7%를 넘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실업률은 3.7%로 반세기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주식시장 역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투표권을 가진 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10명 가운데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와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가 금리인하에 반대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여기에 2명의 반대표는 향후 연준의 금리 정책에 불확실성으로 받아들여졌다. 불확실성은 시장엔 독약이다.

FOMC에서 2명이 반대표를 행사한 건 2017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투자회사 인터내셔널FC스톤(INTL FCStone)의 에릭 도노반 이사는 로이터통신에 “최근 연준의 결정 과정에서 가장 심한 반대였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위원들이 다양한 견해를 가지고 있어 투표결과 만장일치가 아니었지만 ‘최선의 결정’을 내리고 싶어하는 바람은 통일돼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취임 이후 발생한 최대의 내부 분열을 진화하려는 발언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의 내부 이견은 수년간 점차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며 “(이번 2명의 반대표는) 연준이 직면하고 있는 정책 선택의 어려움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연준에 기준금리 인하를 노골적으로 압박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불만을 터뜨렸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파월 의장이 우리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에서 경제 활성화는 단연 최우선순위다. 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또 내년 대선의 주요 전략 키워드도 경제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준의 금리정책은 일종의 도구다. 금리를 인하하면 가계 소비는 증가하고 기업은 투자를 더 늘릴 것이란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굳건했다. ‘금리인하=경기확장’인 셈이다.

더군다나 다른 나라들이 경기확장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자칫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윗에서 중국과 유럽연합(EU) 등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연준으로부터 난 확실히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한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중국과 무역협상이 원하는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에서 연준마저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자 답답함을 넘어 분노를 보이고 있다. 급기야 최근엔 “미국의 가장 큰 문제는 경쟁국이 아니라 연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준에 대한 지나친 비난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비난에 대해 “2020년 대선까지 미국 경제 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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