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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8월, 베를린 버스에서도 ‘소녀상’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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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독 인권단체 코리아협의회

브란덴부르크 문 앞 전시 뒤

시내버스 태워 순회전시 계획

“일 총영사관, 전시회 쪽 항의도…

덮을수록 ‘위안부’ 알리기 계속

소녀상과 함께 여행도 다닐 것”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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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시내버스에서도 ‘평화의 소녀상’을 태우고 다니려고 해요.”

29일 독일에서 활동 중인 한·독 인권시민운동단체 코리아협의회 소속 9명의 회원이 베를린 중앙역에 모였다. 일행 중 한 명이 누군가를 태울 빈 휠체어를 들고 기차에 올랐다. 독일 서쪽의 보훔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기차에 태우고 4시간 동안 달려 베를린으로 데려오는 행사를 위해서다. 소풍 나들이 가는 듯 웃음꽃이 핀다.

행사를 이끈 한정화(57)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여성의 몸이 장난감처럼 다뤄지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는 주제로 여성예술인협회(게독)가 베를린에서 전시회(8월2일~21일)를 여는데, 여기에 소녀상도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1400번째 위안부 기림일 수요시위가 열리는 8월14일에는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앉아 있을 예정이다. 이 전시가 끝나면 소녀상을 베를린 시내버스에 태우고 다니며 순회 전시에도 나설 예정이다.

우리나라 작가 작품인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6월, ?보훔 바로 옆 도르트문트의 졸레른 산업박물관에서 열린 ‘2019 독일 교회의 날’ 행사의 메인 전시회 ‘2019 기억의 보따리전’에 출품됐다. 보따리 전시회는 2015년 한국여성인권재단의 후원으로 시작된 ‘예술인 유럽평화기행 보따리 프로젝트’의 하나다. 베를린, 보훔, 드레스덴, 프라하, 빈 등 2차대전 상흔이 남은 유럽 각지를 순회하며 전시·공연·강연 등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기획이다.

한 대표는 “일본대사관에서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는 걸 안다. 일본 총영사관은 보따리전 개최를 놓고 주최 측인 보훔시 아카데미에 항의도 했다”며 “일본이 덮어버리려 할수록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행동을 계속할 것이다. 자료를 만들어 알리고 소녀상과 함께 여행도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일행은 보훔에 도착해 보훔교회의 친교실에 앉아 있는 소녀상을 드디어 만났다. 소녀상을 휠체어에 태우고 보훔 시내 거리를 가로질러 역까지 걸어갔다. 노천카페에 앉아 있는 사람들과 행인들의 시선이 힐끗힐끗 낯선 소녀상으로 향했다. 역으로 가던 중 우리 일행은 간이음식점에 잠시 함께 앉아 쉬면서 소녀상에 이름을 붙여주었다. 소녀상은 ‘용감한 이’라는 뜻의 ‘용이’를 이름으로 새로 얻었다. 최영숙(75)씨는 “그 일을 겪었을 어머니 세대들이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며 “살아계신 할머니들이 존엄을 찾을 때까지 또 이미 세상을 떠난 분들도 편히 눈감을 수 있도록 알리는 일을 멈추지 않고 지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오랫동안 위안부 문제 활동을 해온 김진향씨는 “코리아협의회에서 소녀상을 독일에도 세우려고 무던히 노력하고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일본대사관의 방해로 무산돼 세울 수 없었다”며 “소녀상이 베를린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독일 사람들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를린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금발의 청년 미하엘(23)은 “처음 봤을 때 뭔지 궁금했다. 설명을 듣고 나니 평화의 소녀상을 공공장소로 데리고 나와 기차로 독일을 가로질러 가는 행동이 멋지다”고 말했다. 베를린 중앙역에 도착하니, 환영객들이 꽃다발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글·사진/베를린 한주연 통신원 jhanbielefel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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