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해변·계곡에서 읽을만한 신간소설

나인폭스 갬빗·기도의 막이 내릴 때·썸씽 인 더 워터·중간의 집

루거총을 든 할머니·유괴의 날·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원더스미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찜통더위와 열대야가 다시 찾아왔다. 에어컨을 밤새 켜놓지 않는 이상 잠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덥기만 한 게 아니라 동남아처럼 습도까지 높아져 끈적끈적 불쾌지수까지 치솟는다.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푹 빠지는 것도 폭염 탈출의 한 방법이다. 안 그래도 휴가철이니 산과 계곡, 바닷가에서 찬물에 발을 담그고 독서 삼매경에 빠져도 좋을 듯하다. 특히 이럴 땐 오싹한 스릴러나 추리물, 현실 도피를 돕는 공상과학소설(SF)이나 판타지가 제격이다. 휴가철을 맞아 이런 부류의 신간 소설들이 서점가에 쏟아지는 추세다.

SF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상에 한국계 최초로 3년 연속 최종 후보까지 오른 이윤하의 '나인폭스 갬빗'(허블 펴냄)은 구미호 설화를 모티프로 한 SF 3부작 첫 작품이다.

2017년 로커스상을 받았고, 같은 해 휴고상, 네뷸러상, 아서 C. 클라크상 최종 후보작에도 올랐다.

영미권이 주요 시장인 SF에서 '구미호 장군'이 우주함대를 이끄는 광경은 독창적일 뿐 아니라 한국 민담과 설화의 세계화라는 점에서 의미 깊다. 조호근 옮김.

여름 출판 시장에서 최고 인기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빠질 리 없다.

'기도의 막이 내릴 때'(재인 펴냄)는 '가가 형사 시리즈'의 10번째이자 마지막 이야기다.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받았고 미스터리 베스트셀러에도 오르며 작품성과 상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작년 초 영화로도 만들어져 일본에서 크게 흥행하기도 했다.

주인공 가가가 파견 근무를 자청하면서까지 니혼바시 일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와 복잡한 가정사가 드러나며 시리즈 전체를 관통한 미스터리가 베일을 벗는다. 김난주 옮김.

미국 소설 '썸씽 인 더 워터'(아르테 펴냄)를 쓴 저자는 이력이 독특하다. '어바웃 타임', '다운튼 애비' 등에 출연한 연기파 여배우 캐서린 스테드먼의 데뷔작이다.

스테드먼은 사막에서 촬영 중 이 소설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석 달 만에 완성했다고 한다.

다이아몬드와 돈이 든 가방을 남편과 함께 우연히 발견한 여성이 이를 차지하려는 과정에서 잠재된 악마성을 드러낸다. 전행선 옮김.

미스터리 제왕으로 불린 엘러리 퀸의 1936년 장편 '중간의 집'(검은숲 펴냄)도 정식 계약 완역본으로 국내 출간됐다.

만프레드 리와 프레더릭 다네이, 두 사람을 하나로 묶는 필명 엘러리 퀸과 동명의 명탐정 주인공이 등장한다.

교외 오두막을 무대로 벌어지는 사건의 실체를 미스터리 심리 기법을 활용해 서서히 풀어나간다. 배지은 옮김.

'루거 총을 든 할머니'(위즈덤하우스 펴냄)는 프랑스 스릴러 소설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신예 브누아 필리퐁의 두 번째 장편이기도 하다.

가정 폭력을 행사하던 남편과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군인을 살해한 102세 노파의 자백과 회고가 이야기를 끌고 간다.

두 차례 큰 전쟁과 여러 번의 결혼 과정에서 자기방어 기제로 연쇄 살인범이 된 노파를 취조하던 형사는 노파로부터 소소한 사랑과 행복조차 허용치 않았던 세상 이야기를 들으며 가치관 혼란을 느낀다. 장소미 옮김.

'유괴의 날'(시공사)과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마카롱)는 국내 미스터리 스릴러다.

정해연의 다섯번째 스릴러 소설인 '유괴의 날'은 유괴범과 유괴된 아동 사이에서 드러나는 기괴한 유대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유괴범 명준은 단순하고 어리숙한 데 반해 유괴된 아이는 두뇌 명석하고 판단이 빠르다. 아이는 부잣집 딸이지만 사실 가정 폭력에 시달린다. 명준에게 유괴를 의뢰한 부부가 살해되면서 모든 게 꼬여간다.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인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는 허울을 지키고자 모순과 위선을 저지르는 인간을 풍자한 범죄 스릴러다.

'범죄 없는 마을' 신기록을 앞두고 우발적 살인 사건이 발생한 마을에서 범죄를 은폐하려고 벌어지는 소동을 다룬다.

'원더스미스'(디오네 펴냄)는 화제작 네버무어 후속편으로 마법의 도시에서 일어나는 음모와 모험을 그린 판타지다.

호주 작가 제시카 타운센드가 차별과 고정관념을 뚫고 폭력과 악을 물리치는 소녀를 세계인들에게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각인시켰다. 박혜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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