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30~31일 中상하이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 재개”
“中구조개혁-美관세철폐 빅딜은 기대 힘들어”
“후속협상 위한 화웨이 제재 완화-농산물 구매 스몰딜 가능성“
中, 미국산 대두 구입 확인…무역협상 전 '성의' 표시
"협상 성과 없으면 호의도 베풀지 않을 것" 경고
(왼쪽부터)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류허 중국 부총리,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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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인경 베이징 특파원 방성훈 기자] 미국과 중국이 30~31일 중국 상하이에서 무역협상을 재개한다. 지난 5월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합의를 어겼다며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한 뒤 석 달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별도 회담을 갖고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정상간 합의에 따른 후속조치로 류허 중국 부총리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상하이로 초청, 30~31일 고위급 무역협상을 가진다. 다만 양측의 이견을 좁히기엔 아직 무리가 있는 만큼, ‘화웨이 제재 완화-미국산 농산물 구매 확대’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 수백만톤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확인, 충분한 성의를 보였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미국도 상응하는 대응, 즉 화웨이 제재를 완화할 것을 에둘러 촉구했다.
◇30~31일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스몰딜 합의할 듯”
월스트리트저널은 28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무역갈등을 해소할 만한 큰 돌파구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의 요구대로 지식재산권 도용을 막기 위해 법률 개정 등 구조적 변화를 취하거나, 미국이 중국의 요구대로 대중 관세를 전면 철폐하는 등의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소위 ‘빅딜’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26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CNBC와의 인터뷰에서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합의가 남아 있어 빅딜은 기대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신문은 다만 “미국 워싱턴DC에서 이어질 더 큰 후속 협상을 위해 미국의 화웨이 제재 완화-중국의 미국 농산물 구매 확대 등을 주고 받는 ‘스몰딜’에 합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농민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 기반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의 농산물 추가 구매와 화웨이 제재 완화 카드를 맞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의회에선 반대하고 있지만, 미국 산업계에서는 화웨이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마지못해 기업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모양새로 화웨이 제재를 완화해주면 실리와 명분을 둘다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거부할 이유가 없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만난 뒤 “국가안보에 문제가 없다면 화웨이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23일 “35개 미국 기업들이 약 50건의 제재 면제 라이선스를 신청했다”며 “신속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무역협상 장기전 예고…트럼프 “中 대선 패배 기다릴 것”
미중무역 협상이 해를 넘기는 장기전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국무회의에서 “그들(중국)이 합의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아마 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내가 선거에서 질 가능성이 2%만 되도 협정 체결을 미룰 것”이라며 “일단은 기다리자고 한 뒤 내가 재선에 성공하면 곧바로 다시 협정을 체결하겠다고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스몰딜 마저도 무산될 수 있다는 회의적인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윌리엄 라인쉬 수석 고문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중국은 미국산 대두(콩)를 백만 포대 더 사는 것 외에도 협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구조적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미국에게는 기대치의 30%에 불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국이 추가 합의안을 내놓더라도 턱없이 부족할 뿐더러, 적극적이지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은 전날 미국산 농산물 추가 구입 의사를 밝혔지만 구체적인 물량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전직 USTR 관료인 스테픈 본은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시장 왜곡을 종식시키기 위한 구조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화웨이 제재 완화와 농산물 구매를 맞바꾸는 제한적 합의를 벗어나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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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성과 없으면 호의 없을 것”…사실상 화웨이 제재 완화 촉구
중국은 무역협상에 앞서 “미국산 대두 수백만 톤이 중국으로 운송되고 있다”며 충분한 성의 표시를 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협상 결과에 따라 대응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이날 중국 신화통신의 인터넷판 신화망(新華網)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와 상무부 관리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은 지난 19일부터 미국 납품업체에 대두, 면, 돼지고기, 수수 등 농산물의 구매를 문의해왔으며, 일부는 실제로 구매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미국도 (정상회담에서 합의한대로) 중국산 110개 품목에 추가 관세를 면제한 만큼 양국이 오사카 공동 인식의 실현을 바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한편으론 이번 대두 구매가 어디까지나 조건부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미국산 농산물 구매는 미국에 호의를 보여준 동시에 미중 무역협상의 ‘지렛대’를 마련한 것”이라면서도 “아무런 성과가 없다면 중국은 앞으로 호의를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어 “미국이 관련 약속을 이행하고 양국 경제 및 무역협력에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화웨이 제재 완화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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