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의원회의 ‘수출규제’ 격론
미국 의원 “질서 지켜달라” 제지도
지난 26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의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자민당 야마모토 고조중의원 의원(8선·맨 왼쪽). 그는 ’한·일 갈등을 대화와 협상으로 신속히 해결하자“는 결론을 나 홀로 거부했다. 오른쪽 위는 회의에 참석해 일본 측 의원을 보고 있는 정세균 의원. 정효식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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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차 한·미·일 의원회의가 지난 2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렸다. 일본의 수출통제와 한·일 갈등을 주제로 두 시간 동안 격론이 벌어졌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일본 의원들은 당초 경제보복에 관한 토론은 회피할 것이라는 한국 측 예상과 달리 거꾸로 한·미·일 회의의 첫 번째 세션인 국내정세(정치) 주제 토론을 시작하자마자 ‘준비된 선공’를 했다고 한다. 일본의 주 공격수는 예일대 석·박사로 국제정치학자 출신 이노구치 구니코(猪口邦子·참의원·재선) 전 초대 저출산·양성평등상이었다.
이노구치 의원은 “일본의 수출통제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일본 기업 자산 압류 같은 과거사 문제의 보복이 아니다”며 “민·군 이중 용도 전략물자 교역을 통제하는 바세나르 협약(WA)에 따른 국가안보상 수출통제 조치이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수 있는 무역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중앙대 로스쿨 교수 출신인 이상돈 의원(바른미래당)은 WTO 제소에 관해 “일본이 일단 한국에 대해서만 무역규제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WTO 회원국을 차별할 수 없도록 한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의 최혜국 대우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WTO에 정식으로 회부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논의가 가열되자 회의 사회를 맡았던 미국의 마크 다카노(4선) 하원의원은 “질서를 지켜달라(Order! Order!)”를 외치며 “다투지 말고 원만하게 대화로 해결했으면 한다”고 제지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국 의원들이 “외교적 해결”을 주장한 데 대해 무소속 나카가와 마사하루(中川正春·8선), 연립정권 공명당 도야마기 요히코(遠山淸彦) 의원 등은 공감했지만, 자민당 의원들은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대장성 관료 출신인 야마모토 고조(山本幸三·8선) 전 지방창생·규제개혁상은 불쾌한 표정으로 발언도 거의 하지 않았다. 최교일(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당신이 아베 노믹스 설계자가 아니냐. 한·일이 세계 6위, 5위 무역국인데 무역을 제한해선 되겠느냐. 서로 책임을 따지기보다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데도 “위안부 합의도 파기하는 한국과 합의가 무슨 소용이냐”고 했다. 한국 측 제안으로 “한·일 현안을 대화와 협상을 통해 신속하게 해결하자”는 총의를 박수로 추인할 때 홀로 박수를 치지 않았다고 한다.
행사를 주최한 맨스필드재단 관계자는 “전날 열린 미·일 양자 의원회의 분위기는 더 안 좋았다”며 “한·일 정부 간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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