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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4월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이 이달 내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 가다간 추경안이 제출되고 국회에서 통과되기까지 역대 최장 기록마저 갈아 치울 가능성이 제기된다. 추경 처리가 지연되면서 일부 사업은 예산 부족으로 이미 멈춰 섰고, 내년도 본예산 편성 작업은 예년보다 열흘가량 밀렸다. 더욱 큰 문제는 추경 적기 집행에 실패할 경우 성장률을 0.1%포인트 정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했던 경기 부양 효과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한 지 28일로 95일째를 맞았다. 다음달 10일이면 추경안이 국회에 잠긴 역대 최장 기간을 넘어선다. 역대 추경안 중 처리가 가장 늦었던 것은 김대중정부가 2000년 6월 29일 제출한 추경안(2조4000억원 규모)이다. 당시 사학법 개정 논란으로 107일째인 10월 13일에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다음으로 추경안이 늦게 통과된 것은 2008년이다. 이명박정부가 그해 6월 20일 추경안을 제출했지만 당시 '광우병 촛불집회' 여파로 91일째인 9월 18일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는 29일 문희상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정례회동에서 합의를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물리적 시간을 고려할 때 추경안 등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8월에야 열릴 수 있을 전망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8일 북핵안보특위·국가안보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안보국회 열자고) 제안하니 여당은 또 추경 얘기를 꺼낸다"며 "한국당이 (언제) 추경 통과 안 시킨다고 했나. 본회의를 열면 (추경도) 자연스레 통과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나 원내대표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6일 일본 수출 규제 조치 규탄 결의안과 중국·러시아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 규탄 결의안 등을 위한 원포인트 '안보국회' 개최에 뜻을 모았다.
문제는 여야가 추경안 액수와 내역에 관해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조건 없는 원안 처리를, 야당은 재해 추경 분리 처리를 각각 주장한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한국당이 (실제론) 추경 처리에 대한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특히 정부가 예산을 다시 짜서 오라는 것은 안 하겠단 말이나 다름없지 않으냐"고 강조했다. 한국당이 문제 삼는 건 일본 수출 규제 대응을 위한 추경 예산 증액이다. 한국당은 세부 사업 내용을 요구하며 국회 예결위원회 조정소위 소집을 보류했다.
국회가 공전하는 사이 기재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내년도 정부 본예산을 편성하는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국회 앞에 숙소를 잡고 합숙을 해 가며 추경 심의에 대비해 온 기재부 예산실 직원들은 예결위가 파행하자 지난주 초 세종시로 내려와 당초 계획보다 열흘가량 밀린 채로 내년도 본예산 심의에 들어갔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 작업을 다음달 말까지 마치고 법정 기한인 9월 3일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데, 추경 규모와 사업 내역이 확정되지 않아 내년 예산 편성에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추경이 미뤄지면서 중단되는 사업도 생겼다. 청년을 고용한 중소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해주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은 올해 본예산이 바닥나면서 5월 신규 접수가 중단된 상태다. 청년 해외취업정착지원 사업은 다음달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추경 집행이 불투명해지면서 공고조차 내지 못할 상황이다. 영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융자지원 사업도 지난달 본예산이 모두 소진돼 추경 없이는 추가 지원이 어렵다.
이에 구윤철 기재부 2차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추가 설명을 위해 지난주에도 야당 예결위원 사무실을 직접 찾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경우 추경안 발의 후 공식·비공식 국회 방문이 20여 회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재부는 공식 자료를 내 "추경안 처리가 8월로 넘어가 계속 지연되면 추경 효과가 반감된다. 특히 일본 수출 규제 관련 예산은 내년 예산 반영에 앞서 5∼6개월이라도 앞서서 미리 반영이 필요한 시급한 예산"이라며 "정부는 언제든 관련 예산을 충실히 설명하고 성실히 예결위 심의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이번 추경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공언했다. 다만 이는 추경안이 계획한 대로 차질 없이 집행될 것을 전제로 한 예측이었다. 석 달 넘게 추경이 국회에 계류 중인 터라 이 같은 경기 부양 효과는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재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추경의 국회 처리가 이렇게까지 늦어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소리가 나온다.
[김태준 기자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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