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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위안부 합의 들먹인 日 의원까지 등장…"韓과 뭔 합의"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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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 설계자', 지방창생·규제개혁상

한·미·일 의원 토론 두 시간내 불쾌한 표정,

"한·일 협상으로 해결" 합의 나홀로 거부해

일측, 백색국가 배제 철회 요구에 "권한없다"

“한국은 위안부 합의도 파기했는데 합의가 무슨 소용 있나.”(야마모토 고조 전 지방창생상)
중앙일보

26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의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자민당 야마모토 고조(8선·왼쪽 다섯번째) 중의원 의원. 그는 "한·일 갈등을 대화와 협상으로 신속히 해결하자"는 결론을 나홀로 거부했다.이광조 JT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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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제26차 한ㆍ미ㆍ일 의원회의에서 일본의 수출통제와 한ㆍ일 갈등에 관한 두 시간에 걸친 토론에서 나온 집권 자민당 중진의원들의 거친 언사들이다. 특히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내각에서 각료를 지낸 야마모토 고조(山本幸三·8선) 의원은 논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한ㆍ일 현안을 대화와 협상을 통해 신속하게 해결하자”는 한국 측의 제안에도 박수로 찬성하지 않은 유일한 의원이었다. 그래서 회의 후 한국 의원들에게 “아베의 분신 같다”는 평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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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학자 출신인 이노구치 구니코(참의원·재선) 자민당 의원은 26일 한·미·일 회의에서 일본 정부를 대변하며 주공격수 역할을 했다. 그는 "백색국가 제외 추가 조치는 철회해달라"는 한국 의원들의 요청해 "우리는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광조 JT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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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일본 의원들은 당초 자신들의 경제보복에 관한 토론은 회피할 것이라는 한국 측 예상과 달리 거꾸로 한ㆍ미ㆍ일 회의의 첫 번째 세션인 국내정세(정치) 주제 토론을 시작하자마자 먼저 ‘준비된 선공’를 했다고 한다. 일본의 주 공격수는 예일대 석ㆍ박사로 국제정치학자 출신 이노구치 구니코(猪口邦子ㆍ참의원ㆍ재선) 전 초대 저출산ㆍ양성평등상이었다.

이노구치 의원은 “일본의 수출통제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일본 기업 자산 압류 같은 과거사 문제의 보복이 아니다”라며 “민ㆍ군 이중용도 전략물자 교역을 통제하는 바세나르 협약(WA)에 따른 국가안보상 수출통제 조치이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수 있는 무역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바세나르 협약에 따라 3년 전부터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 문제에 대해 정식으로 협의(consultation)를 요청했는데 한국이 거부했다”라고도 했다. 이노구치 의원은 바세나르는 물론 핵공급 그룹(NSG), 호주그룹(AG),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등 4대 국제 수출통제체제 도표까지 내보이면서 준비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일본의 예상 못 한 선공에 한국 의원들도 전문 분야별로 대응했다. 중앙대 로스쿨 교수 출신인 이상돈 의원(바른미래)은 WTO 제소에 관해 “일본이 일단 한국에 대해서만 무역 규제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WTO 회원국을 차별할 수 없도록 한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의 최혜국 대우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WTO에 정식으로 회부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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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모토 나오카즈(가운데·8선) 자민당 의원이 26일 한·미·일 회의에서 "한국은 우리의 믿음과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이광조 JT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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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민당 의원들이 한국이 전략물자를 잘못 관리해 제3국으로 넘어가지 않았느냐고 주장하자 그때마다 박경미(민주당) 의원 등 한국 의원들은 “어떤 증거를 갖고 얘기하느냐. 분명한 증거가 없다”며 “오히려 일본이 잘못 관리해 북한으로 넘어가기도 했다”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이노구치 의원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일본의 수출통제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이어서 강제징용 배상과 관련한 일반의 세 차례 외교적 협의 요청을 한국이 거부했다고도 따지고 나왔다. 사실상 수출통제 조치가 올해 1월 한일청구권협정의 분쟁해결 절차에 따라 양자 간 협의를 요청한 뒤 한국이 답이 없자 5월에 양국 중재위원회 설치, 6월 제3국 중재위 구성까지 제안했지만 한국이 모두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도 한국 의원들은 “한국도 ‘1+1’로 한ㆍ일 민간기업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만드는 해법을 제시한 것을 일본이 거부했지 않느냐”며 “외교라는 게 딱 잘라 거절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며 외교적 해결의 여지가 있다”고 반박했지만, 논란은 평행선을 달렸다.

이에 다케모토 나오케즈(竹本直一ㆍ8선) 자민당 의원이 “한국은 이미 우리의 믿음과 신뢰(faith and confidence)를 잃었다”며 “일방적으로 위안부 합의도 파기하지 않았느냐”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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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워싱턴 의회에서 열린 제26차 한·미·일 회의에서 한·일 의원들이 좁은 탁자앞에 서로 마주보며 토론하고 있다. 이광조 JT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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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가 가열되자 회의 사회를 맡았던 미국의 마크 다카노(4선) 하원의원은 “질서를 지켜달라(Order! Order!)”를 외치며 “다투지 말고 원만하게 대화로 해결했으면 한다”고 제지하기도 했다고 한다. 주최 측인 맨스필드재단 측도 “한국과 일본이 다투면 불편한 것은 미국”이라며 “양국이 생산적으로 분쟁을 잘 해결했으면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맨스필드 재단 측 "한·일 정부 간 합의 어려울 것"



한국 의원들이 “외교적 해결”을 주장하며 타협의 목소리를 낸 데 무소속 나카가와 마사하루(中川正春ㆍ8선), 연립정권 공명당 토야마기 요히코(遠山淸彦) 의원 등은 공감했지만, 자민당 의원들은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구니코 의원은 “수출 우대국 백색 국가(화이트 리스트) 배제 검토를 철회해달라”는 한국 의원들의 요청에 “나는 아무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대장성 관료 출신인 야마모토 고조(山本幸三ㆍ8선) 전 지방창생ㆍ규제개혁상은 회의 내내 불쾌한 표정을 지은 채 발언도 거의 하지 않았다. 그에게 최교일(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당신이 아베노믹스 설계자가 아니냐”며 “한ㆍ일이 나란히 세계 6위. 5위 무역국인데 무역을 제한해선 되겠느냐. 서로 책임을 따지기보다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데에도 “위안부 합의도 파기하는 한국과 합의가 무슨 소용이냐”고 했다.

맨스필드재단 관계자는 고조 의원을 제외한 한ㆍ일 의원들이 어쨌든 박수로 “한ㆍ일 양국이 대화로 조속한 문제 해결”을 합의한 데 대해 “전날에 열린 미ㆍ일 양자 의원회의는 분위기는 아주 달랐다”며 “한ㆍ일 정부 간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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