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4월 25일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은 다음 달 10일이면 19년 만에 '역대 최장기간 국회 체류' 기록을 갈아치운다. 추경안이 역대 두 번째로 국회에서 오랫동안 계류한 기록은 지난 25일 이미 경신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달 중순 정부가 일본 대응을 위한 예산 증액분까지 총 '6조7천억원+α' 규모를 요구한 추경안 심사에 우여곡절 끝에 착수, 정책 질의와 소위원회 차원의 감액 심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막바지 증액 심사만 남겨두고 일본 대응 예산의 세부 내용 보고와 관련해 야당이 정부에 문제 제기하면서 지난 22일 심사가 전면 중단됐다.
자유한국당은 정부가 심의에 참고할 수 있는 충분한 내용 설명도 없이 '백지수표'를 끊어달라 한다고 반발했다. 또, 일본 대응 예산의 증액 규모도 1200억원 이상→8000억원→2730억원으로 왔다 갔다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추가 설명을 위해 지난주에도 야당 예결위원 사무실을 직접 찾는 등 물밑에서 심의 재개를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공식 자료를 통해 "추경안 처리가 8월로 넘어가 계속 지연되면 추경 효과가 반감된다. 특히 일본 수출규제 관련 예산은 내년 예산 반영에 앞서 5~6개월이라도 앞서서 미리 반영이 필요한 시급한 예산"이라며 "정부는 언제든 관련 예산을 충실히 설명하고 성실히 예결위 심의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추경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내년도 정부 본예산을 편성하는 작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급한 추경, 국회 대기 중인 정부부처 직원들 [사진 = 연합뉴스] |
국회 앞에 숙소를 잡고 '합숙'을 해가며 추경 심의에 대비해 온 기재부 예산실 직원들은 예결위가 파행하자 지난주 초 세종시로 내려와 당초 계획보다 열흘가량 밀린 내년도 본예산 심의에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 표류하는 추경안과 국회 제출까지 한 달 남은 내년도 본예산 심의 두 가지 일에 신경이 분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 작업을 다음 달 말까지 마치고 법정기한인 9월3일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데, 추경 규모와 사업 내역이 확정되지 않아 내년 예산 편성이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예결위 안팎에선 어떻게든 결국 여야가 합의점을 찾아 추경안 심의가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도 지난주 '안보 문제 원포인트 임시국회' 개최를 공동 요구하면서 "제대로 된 추경안을 가져오면 조속히 꼼꼼히 심사하겠다"며 추경 심의 재개 가능성을 내비쳤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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