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19세기 영국의 생물학자이자 지질학자이며 박물학자인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은 ‘자연 선택을 통한 진화’라는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진화 생물학을 확립한 역사적 고전 중 하나이다. 다윈은 이 책을 통해 ‘자연 선택을 통한 진화’라는 개념이 종의 다양성, 생물 개체의 복잡성, 종의 변화 및 분화라는 같은 생물계의 제반 현상을 궁극적으로 설명해 낼 수 있는 기본 개념임을 논증해 낸다. 다윈의 이 진화 사상은 당대 지식 사회에 강력한 충격을 주었다. 기독교 창조설의 기반을 흔들었고, 인간의 자연적 본질에 대한 사고를 송두리째 바꿔 버렸다. 그 덕분에 다윈은 코페르니쿠스처럼 인류의 지위를 우주의 중심에서 변방으로 쫓아낸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혁명의 예언자이자, 마르크스, 프로이트와 함께 현대를 만든 사상가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체제 경쟁에서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신경 과학의 발달로 정신 의학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예언자의 자리에서 물러나 마르크스와 프로이트와는 달리 다윈은 21세기 현재도 자연 과학은 물론, 인문 사회 과학 등 학문 세계 전반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종의 기원’은 1859년 이후 1872년까지 모두 여섯 번의 개정 작업이 이뤄지는데, 그때마다 다윈은 오탈자를 교정하기도 하고, 그 이전 판에 대해서 제기된 비판들을 모아 반론을 제기하기도 하고, 자신의 이론을 변경하기도 하고, 용어를 새로 도입하기도 한다. 그래서 ‘자연 선택을 통한 진화’라는 개념을 논증하는 3부작이라고 할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1871),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1872)을 완간하는 시점에 낸 6판을 20세기 중반까지 진화 생물학자들은 다윈 사상의 완성본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진화 생물학이 성숙한 20세기 중반 이후 다위 사상과 그가 남긴 문헌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면서, 다윈이 개정판을 출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책이 만든 논란을 의식해 표현을 순화하거나 우생학적, 인종주의적 편견에 이용될 수 있는 빌미를 만들거나 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에 지성계에 파란을 일으켰던 바로 그 책, 다윈의 원래 생각이 원래 그대로 담겨 있을 다윈 사상의 애초 출발점으로 돌아가 초판을 살펴보자는 움직임이 형성되었다. ‘종의 기원’의 초판 번역은 이러한 세계 학계의 움직임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찰스 다윈 지음/장대익 옮김/사이언스북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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