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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매각전이 본격화되면서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인수후보의 자격'에 대한 탐구가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까닭에 자칫 '인수·합병(M&A) 승자의 저주'가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가 지녀야 될 필수조건으로 커다란 자산 규모와 우량한 신용등급이 동반 지목되고 있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요소는 단연 인수자의 신용등급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계량화할 수 없는 정성적 요인인 시너지 효과보다 숫자로 확연히 드러나는 금융비용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비우량신용등급인 BBB-를 받고 있다. 신용등급은 최우수 등급인 AAA부터 BBB- 등급까지 투자적격 등급이다. 이보다 낮은 BB+부터는 투기 등급으로 분류돼 기관투자가 상당수가 투자할 수 없는 기업으로 분류된다. 아시아나항공 신용도는 간신히 투기 등급을 면하고 있는 셈이다.
IB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온 가장 큰 이유가 현재 지배구조로는 투자적격 신용등급 마지노선인 BBB-조차 유지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우량한 새 주인을 맞아 신용등급을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금리는 BBB- 등급 기업의 경우 연 7.57%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1월 발행한 무보증 사모사채 발행금리는 연 6.10%였다. 국적 항공사라는 지위에 따른 유무형의 프리미엄이 반영돼 동일 등급 기업에 비하면 회사채 금리가 다소 낮았다.
이 같은 아시아나항공 회사채 발행 금리는 우량 등급의 대표 기준선인 신용등급 A0로 올라가면 획기적으로 낮아진다. A0 기업의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금리는 24일 기준 2.10%에 불과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높은 신용도를 지닌 새 주인을 만나 신용등급이 A0로 올라갈 경우 아낄 수 있는 금리는 연간 무려 4.0%포인트에 달하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1분기 기준 총 차입금이 3조2000억원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이 A0로 올라갈 경우 이론상 3조2000억원에 4%를 적용하면 연간 128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영업이익 282억원 대비 4.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갖춰야 할 또 다른 자격은 바로 '덩치'다.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장면에 흔히 열광하지만 자본시장 논리는 냉엄하다. 작은 기업이 커다란 기업을 인수했을 때 재무적 어려움에 직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1분기 기준 외상매출채권, 마일리지, 선수금 등을 포함한 부채 총계는 9조7032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 자기자본이 1조842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부채비율은 895%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막대한 부채를 연결재무제표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공시 대상 대기업집단 중 그룹 총자산 10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은 32곳에 불과했다. 아시아나항공이 갖고 있는 부채보다 자산이 더 많은 국내 대기업집단의 숫자가 그만큼 적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인수후보군에 대한 경우의 수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회사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SK, 한화, GS 등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로 꼽힐 수밖에 없는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내부 검토하는 기업 중 상당수는 그룹 재무위험 전이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을 이후에도 연결재무제표에 편입하지 않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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