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문화가 지닌 힘을 알지만, 이를 실행하거나 수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실행에 성공한 사례들은 곧 경제력과 연결된다. 익산 미륵사지, 황룡사 9층 목탑, 팔만대장경, 훈민정음 해례본…. 수많은 우리 역사 속 증거들은 경제력과 국가 수준을 단숨에 읽는 지표였다.
하지만 현재 한국사 연구 현실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사기, 왕조실록 등에 드러난 사료들과 소중한 유물을 애써 외면한 채, 일제 강점기 때 왜곡된 식민사학이 판치고 있다.
저자는 편견과 선입견은 객관적 진리와 역사적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괴물로, 우리 역사 연구와 이해는 조선 중기 이후 약 300~400년의 ‘실패한 역사’에 집중돼 역사 우울증을 끊임없이 재생산한다고 지적한다.
‘패치워크 인문학’은 중국과 겨루며 고유 선진문화를 발달시켜 온 ‘성공한 역사’를 발굴해 역사 자긍심을 키우자는 게 골자다. 모든 문명이 교류하면서 단일문명으로 통합된다는 ‘문명융합론’, 협력보다 상호배제 투쟁 경향을 보이는 ‘문명갈등론’과 한 차원 떨어진 새로운 문화 접근법인 셈이다.
패치워크 문명론은 △확실한 자신의 독특하고 뛰어난 문명을 토대로 한다는 정체성 △앞선 외국 문명의 장점을 적극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개방성 △이런 정체성과 개방성을 바탕으로 한 단계 앞선 문명을 만들어 내는 창조성을 바탕으로 한다.
김치를 예로 들면, 이전부터 내려오던 딤채, 백김치에 17, 18세기쯤 멕시코 원산의 고추가 유입되면서 딤채와 고추가 버무려져 ‘김치 패치워크’가 만들어지는 식이다.
저자는 “‘패치워크’는 어설픈 절충물이 아니라, 자기 통일성을 가진 튼튼한 ‘자기 완전자’를 만든다는 점에서 융합론, 갈등론과 다르다”면서 “다른 사람이 한번 할 때 우리는 100번 한다는 각오에서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사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패치워크 인문학=홍찬선 지음. 넥센미디어 펴냄. 347쪽/2만4000원.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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