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13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여야 충돌 사태로 한국당 의원들이 고소·고발된 데 대해 “국회의 자율권에 속하는 문제이고 수사 대상이나 재판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국회 운영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이기에 국회 자율권 영역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과연 사실일까.
[검증대상]
패스트트랙 충돌 관련 사안은 국회 자율권 영역에 속하므로 수사·재판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
[검증과정
◇국회 자율권, 헌법 64조 1항에 근거한 권한은 맞아
국회 자율권이란 “국회가 헌법·법률 및 국회규칙에 따라 조직·활동 및 내부사항을 자주적으로 결정하는 권한”을 뜻한다. 권력분립 및 국회 자율성 보장이 목적으로 “국회는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의사와 내부규율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밝힌 헌법 64조 1항에 근거한다.
국회는 의사 진행·의결 과정에서 타 국가기관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성을 존중받아 왔다. 홍 전 대표가 패스트트랙 수사를 ‘정치 문제’라 주장하는 맥락도 국회 운영의 독립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헌재 판례 96헌라2, 자율권은 명시적 법 위반 정황에 적용 안 돼
그러나 명시적 법 위반 정황에 국회 자율권을 주장하긴 어렵다는 판례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1997년 판결(96헌라2)에서 국회 자율권 범위를 두고 “국회 의사절차나 입법절차에 헌법이나 법률의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흠이 있는 경우에도 국회가 자율권을 가진다고는 할 수 없다”며 “헌법·법률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 판례 96헌라2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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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헌재가 “명백히 위반한 흠이 있다”고 판시한 법 규정은 국회법 5조·72조·76조였다. 현재 한국당 의원들은 '회의 방해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력행위 등을 해선 안 된다'는 국회법 165조와 이에 따른 처벌 조항을 명시한 166조 위반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헌법학자들 "사법 심사 대상 아니라 보기 힘들어"
헌법학자들은 명백한 국회법 조항에 근거해 위반 여부를 따질 경우에는 자율권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경우 국회선진화법 위반 여부를 따지는 데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심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혐의가 없다고 결론날 수도 있으나 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종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자율권은 합법적 상태를 전제로 가능한 개념”이라면서 “국회 안이라고 해도 의원이 법위반 혐의가 있으면 당연히 사법 당국이 수사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 심사 대상 여부를 두고 “수사나 재판 대상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며 “(사법 심사를 피하는) 면책특권 대상이 되는 것은 직무 상 행한 발언과 표결 뿐”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사태 전반을 두고는 “국회선진화법은 다수당 뜻대로 하지 않는 대신 소수당도 폭력을 않겠다는 취지로, 패스트트랙 사태는 여야 모두 잘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법원까지 가게 된다면 이를 종합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법 처벌 조항 입법 목적에 부합해야"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1905780], 국회운영위원회 제출안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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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165·166조는 18대 국회에서 선진화법이 통과된 후 19대 국회에서 신설된 조항이다. 국회 운영위원회가 2013년 6월 해당 조항을 담은 국회법개정안을 의결했다.
운영위 제출 원안에서는 회의 방해 목적 폭력을 두고 “이를 처벌할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높은 형량으로 처벌해 폭력행위를 근절,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하려는 것”이라고 입법취지를 밝혔다.
손인혁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당 조항이 국회법 중 특별하게 형사처벌을 명시한 조항임을 강조했다.
손 교수는 “법을 만들 때 친고죄·반의사불벌죄로 하지 않은 이유는 입법 지연 사태를 방지하려는 취지”라며 “형벌규정으로 형사절차가 진행되는 건 명백한 입법목적이기 때문에 자율권 영역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검증결과]
헌재 판례와 헌법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명시적 국회법 조항을 위반한 정황에도 국회가 자율권을 가진다고 하는 것은 무리다. 이에 ‘패스트트랙 고소·고발’ 사태가 국회 자율권에 속한다는 이유로 사법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은 사실로 보기 어렵다.
이의진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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