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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총파업 4개월... 딸아이의 버킷리스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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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권정필] 딸 아이가 총파업(?)을 시작한 지 이제 4개월이 넘어간다. 학교 생활 외 모든 과외활동을 그만둔 아이는 예전과 조금은 달라졌다. 모든 말에 뾰족하게 반응했던 지난 날과는 달리 이제는 묻는 말에도 부드럽게 대답하고 먼저 다가와 이런 저런 수다도 떨게 됐다. 그 날도 어김없이 과일을 먹으며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뭘 하며 지냈는지 시시콜콜한 대화를 하다 딸에게 물었다.

"솔직히 말해봐 봐. 지금 너희 반에서 아무 것도 안하는 사람, 너밖에 없지?"

"..... 예전에는 내가 제일 많이 했어!" (아니, 예전에도 네가 제일 많이 한 건 아닌데)

"아니, 그러니까 지금 말이야. 음악이고, 미술이고 운동까지 포함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 너밖에 없지?"

그저 단순히 궁금했고 조금은 딸아이에게 생색내고 싶어 꺼낸 말이었다. (이렇게 엄마가 너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는, 뭐 그런 생색) 그런데 갑자기 딸아이가 격분하며 외쳤다.

"엄마, 학교에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라고 했는데, 애들이 뭘 썼는지 알아?! 일주일 동안 아무 학원도 가지 않는 거래! 애들 너무 불쌍하잖아. 그게 어떻게 버킷리스트에 들어갈 수가 있어?! 근데 그런 애들 되게 많아!!"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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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거리며 방에 들어간 딸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세상이 한창 궁금하고 하고 싶은 일들이 정말 많을 10대인데, 버킷리스트에 쓰여진 글은 너무나 씁쓸했다. 그리고 만약 내가 딸아이의 생각을 무시하고 엄마의 힘으로 억지로 학원을 보내게 했다면, 딸아이의 버킷리스트도 별반 다를 것 없었을 것이다. 다행이다. 그 때 아이의 말 들어주길 잘했다. 남들보다 좀 늦어지면 어떤가. 자신이 살아갈 인생에 대해 조금 더 느긋하게 생각하고, 무엇을 하면, 어떻게 하면 스스로 더 행복해 질 지 깨달을 수 있다면 그래, 학원이 문제인가. 가끔씩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이제는 더 이상 놀 때가 아니다, 지금 공부 시작해도 늦었다 등-조급해 질 때가 있다. 그래도 아이와 약속했으니까, 아이 입에서 스스로 무언가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자 마음 먹었으니 끊임없이 스스로를 타이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나만의 리스트를 작성해 봐야겠다. 그리고 아이들과 이야기 해야지. 서로가 행복을 빌어 주며, 서로의 버킷리스트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면, 행여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만으로도 충분할 테니.

*칼럼니스트 권정필은 현재 사춘기 딸과 아들을 키우고 있는 40대 주부입니다. 아이들의 방황과 성장을 보며, 함께 방황하며 다시 한 번 성장하고픈 평범한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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