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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기자24시] 고가 신약, 환자 접근성 높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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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여름인데도 피부는 늘 푸석푸석하다. 가려워 긁다 보면 피가 나고 갈라지기까지 한다. 염증이 눈에 들어가면 결막염을 넘어 백내장까지 찾아온다. 모두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한 증상이다. 물론 이 병에 걸렸다고 죽는 건 아니다. 하지만 환자들은 "정말 죽을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이달 초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증 아토피 피부염 국가지원 토론회' 때 한 환자가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한 통증을 토로하자 듣던 이 중 일부는 동병상련으로 울어 버렸다. 이들은 돈 때문에도 운다. 지난해 한 다국적 제약사가 혁신적인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듀피젠트)를 개발했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이 약을 1년간 주사하려면 2500만원 정도가 든다.

다행히 2014년부터 훌륭한 제도 하나가 등장했다. 고가 신약에 건보를 적용하되 해당 제약사가 수익 일부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환급하는 방식으로 건보 재정 부담을 정부와 제약사가 나눠 지는 '위험분담제'다. 환자 입장에서는 신약에 대한 접근성이 늘어나고 정부 입장에선 신약 급여 결정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건보 재정 부담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에 '윈윈' 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 제도를 도입한 직후부터 올해 5월까지 해당 제도를 통해 급여로 인정된 항암 신약은 전체 출시 항암제의 60%에 달한다.

문제는 이 제도를 적용받으려면 △기대수명 2년 미만인 △암·희귀질환 치료제로 △별도의 대체재 없이 질환별로 최초 1개 치료제만 등록 가능하다는 점이다. 암이나 희귀질환이 아닌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는 해당 사항이 없다.

물론 정부는 제약사와 계약을 통해 위험을 분담하는 과정에서 약가가 일괄 고시되지 않고 무작정 위험 분담 대상 약을 늘리면 건보 재정도 많이 소요되니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위험분담제 대상이 늘어나면 실익이 커지는 건 맞는다"고 제도 확대 필요성을 언급한다.

상황이 이쯤 되면 위험분담제를 안 고칠 이유가 없다. 그간 건보 보장성 강화를 내세운 '문재인 케어'가 자기공명영상(MRI)이나 동네병원 입원실 등 치료 분야엔 건보 혜택을 확대하면서 의약품 보장성 강화에는 소홀했던 측면이 없지 않다. 제도는 때가 되면 늘 바꾸라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부 = 서진우 기자 jwsuh@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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