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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재개발 지역인지 알고 이사 온 세입자에겐 이사비청구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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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새로운 기준 제시


재개발지역 거주자가 이사비를 보상받기 위해서는 재개발사업이 고시되기 전부터 해당 지역에 거주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재개발사업이 고시된 후 해당 지역에 이사를 왔더라도 재개발 공사 등으로 인해 이사할 경우 이사비를 보상해줘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했다.

■"사업 고시 이전 거주자에 한해"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은 A씨가 B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재개발로 인한 이사비용을 지불하라는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다고 판단한 1심과 2심 판결을 확정했다. B지역은 지난 2013년 8월 주택재개발정비를 위한 사업시행인가가 고시됐다.

A씨는 재개발 사업시행인가가 고시된 후 약 2개월 후인 2013년 10월 해당 재개발 지역 내 다가구용 단독주택 중 한개 층을 임차해 거주하게 됐다. 이후 약 4년이 지난 2017년 11월 이사를 하게 되면서 사업을 진행하는 조합 측에 이사비를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 행정 2부(이정민 부장판사)는 "이사비 보상대상자는 공익사업시행지구에 편입되는 주거용 건축물의 거주자로,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인해 이주하게 되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공익사업법 78조에 따르면 주거용 건물의 거주자에 대해 주거이전에 필요한 비용과 가재도구 등 동산의 운반에 필요한 비용을 산정해 보상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재개발로 인한 이사비를 청구할 수 있는 대상은 재개발 등 사업이 고시되기 전부터 거주한 사람에 한정했다.

재판부는 "공익사업 시행에 따라 이주하는 주거용 건축물의 세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사비 지급의무는 사업인정고시일 등 당시 또는 공익사업을 위한 관계 법령에 의한 고시 등이 있을 당시에 바로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도덕적 해이에 의한 보상, 안돼"

A씨는 1심 재판부의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서울고법 행정7부(노태악 부장판사) 역시 원심과 같은 이유로 원고인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후 A씨는 대법원에 항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1·2심과 동일한 이유를 들어 원고의 청을 기각했다.

사업조합 측 변호를 담당한 허제량 변호사는 "이사비의 경우 가구별로 따지면 크지 않은 비용일 수 있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재개발 지역 내 모든 가구에 지불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까지 비용이 들 수 있는 부분"이라며 "보상을 해야 할 때는 제대로 보상을 해야하지만 도덕적 해이에 의해 보상을 무조건 받으려는 사람에게까지 보상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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