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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美 `리브라 때리기` 점입가경…페북 "승인없인 출시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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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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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추진하는 디지털화폐 '리브라'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워싱턴 정가와 뉴욕 금융가에서는 달러 등 통화 주권 훼손, 브레턴우즈 체제 붕괴,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등 수많은 걱정을 쏟아내며 페이스북에 "당장 리브라를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은 15일(현지시간) '걱정하지 마라. 규제당국과 적절한 대화를 거치고 승인을 받지 못하면 리브라를 출시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하루 남겨 놓은 미국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를 앞두고 준비한 서면 답변을 통해서다. 하지만 이 답변서에는 규제당국을 적절히 안심시키면서도 사실상 추진할 것은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담겨 있어 기존 제도권과 페이스북 간 리브라를 둘러싼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페이스북에서 리브라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자회사 칼리브라의 데이비드 마커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의회에 제출한 답변에서 "규제당국에 완벽히 내용을 설명하고 적절한 승인을 받을 때까지 리브라를 내놓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또 그는 리브라가 "핀테크 역사상 가장 폭넓고, 가장 광범위하며, 가장 조심스러운 규제당국과 중앙은행들의 사전 감독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칼리브라는 개인이 리브라 화폐를 꺼냈다 넣었다 할 수 있는 전자지갑을 2020년까지 내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날 답변에는 이 시기를 늦추겠다는 표현은 없었다. 대신 마커스 CEO는 "지금부터 (지갑) 출시 전까지 시기는 애당초 규제당국의 감독과 리뷰를 위한 열린 대화의 과정을 만들기 위해 기획됐다"고 표현했다.

마커스 CEO는 세간에서 리브라 프로젝트를 공격하는 논리에 대한 반대 논리를 7쪽짜리 문서 안에 조목조목 담았다. 돈세탁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비판에 대해서는 "미국의 자금세탁 방지 규정을 따르겠다"고 했다. 달러화 역시 자금세탁에 활용되고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미국 정부가 이에 대응하는 만큼 리브라 역시 대응해 나가겠다는 얘기다. 마커스 CEO는 미국 의회에서 페이스북이 개인 데이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왔는데 리브라를 통해 금융 데이터까지 갖게 되면 개인정보 유출 시 더 큰 피해가 걱정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항변했다. 그는 "그래서 페이스북과 별도의 자회사로 칼리브라를 만든 것"이라며 "보안 문제 때문에 블록체인이 더욱 필요하다"고 답했다.

가장 중요한 통화 주권 침해 문제에 대해서도 페이스북은 '우리는 중앙은행이 될 생각이 없다'고 받아쳤다. 각국 중앙은행은 페이스북이 달러·엔·유로 등에 기초한 디지털화폐를 발권하면 자신들의 통화정책 수단이 없어진다는 걱정을 강력하게 표해 왔다. 그러나 마커스 CEO는 "리브라는 단순히 달러·유로·엔 등에 기초한 준비금과 연동돼 움직일 뿐이므로, 개별 화폐의 통화정책은 여전히 개별 국가의 중앙은행이 갖고 있다"며 "리브라 연합은 각국 통화와 경쟁할 생각이 없고, 통화정책 영역으로 들어갈 의도도 없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그간 자신들에 대해 가해져 왔던 비판에 대한 반격뿐만 아니라 미국 의회와 정부를 상대로 심각하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마커스 CEO는 "나는 미국이 디지털통화와 결제 산업에서 혁신을 선도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나설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는 곧 매우 다른 가치관을 지닌 다른 누군가가 통제하는 디지털통화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이 그동안 발행해서 판매해 왔던 공공서비스인 달러라는 화폐 서비스가 이제 낡은 것이 됐으며 새롭게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 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IBM도 월드와이어라는 전 세계 연결 금융결제망 시스템을 블록체인으로 운영하겠다고 지난 3월 발표했다.

페이스북이 답변을 내놓은 이후에도 미국 정부와 금융권의 '리브라 때리기'는 이어지고 있다. 당장 이날 아침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백악관에서 "(리브라에 대해) 심각한 걱정을 하고 있다"며 "돈세탁 업자나 테러리스트 자금관리인에 의해 잘못 이용될 수 있는 국가 안보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시간으로 17일 새벽 2시께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인 리브라 청문회를 앞두고 가상화폐들 가격은 크게 떨어졌다. 대표적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15일 아침 10%가량 떨어졌다가 오후에 하락폭을 줄였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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