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도 유지 위해"…일회용품 사용 더 늘어
배달앱 "강제 규제 못 한다"…정부 "조만간 대안 마련"
배달음식으로 인한 스티로폼 쓰레기가 문 앞에 쌓여있다. |
[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여름이 되니 배달음식으로 인한 일회용품 쓰레기가 많아져 버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일주일 동안 배달해 먹은 음식 일회용품을 한 번에 쓰레기장으로 운반하지 못할 정도예요." (33세 직장인 송하나 씨)
정부가 일회용품 사용 근절에 나선 지 6개월이 지났지만 배달 서비스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더워진 날씨로 보냉을 위한 과대 포장이 더욱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의 불편도 덩달아 커지는 모습이다. 정부는 당초 올해 상반기 내 배달음식점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근절책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뚜렷한 규제책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식 등을 운영하는 대다수의 음식점주들은 높아진 기온 속에 음식의 신선도를 높이기 위해 스티로폼 안에 아이스팩, 얼음을 넣은 비닐묶음 등의 배송에 나섰다. 서울 금천구 소재 A 일식집에서는 1인분 메뉴를 주문할 경우에도 커다란 스티로폼 박스를 이용해 음식을 배달 중이다. 음식이 담긴 3종 접시 역시 스티로폼으로 제작됐다.
서울 금천구 소재 A 일식집에서는 커다란 스티로폼 박스를 이용해 음식을 배달 중이다. |
서울 양천구 소재 B 일식집에서는 음료ㆍ주류를 스티로폼 그릇에 얼음과 함께 담은 뒤 비닐을 통해 밀봉, 음식과 함께 배달하고 있다. 회 메뉴 1가지를 주문할 경우 플라스틱 그릇 6개, 스티로폼 그릇 7개, 일회용 수저와 젓가락 등 일회용품이 15종 이상 함께 배달됐다. 일식이 아닌 음식점들 역시 일회용품 그릇과 수저, 젓가락 등을 사용해 배달에 나서고 있다. 서울 동작구 소재 C 한식집에 고기 메뉴를 주문한 결과, 플라스틱 그릇 6개, 스티로폼 그릇 1개, 비닐 2개, 일회용 수저와 젓가락 각 2세트가 배달됐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배달음식시장 규모는 2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루 동안 최대 2000만개의 일회용품이 배달음식을 통해 배출되고 있다. 마트, 커피전문점 등과 달리 일회용품 남용이 여전한 이유는 관련 규제책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 2월 환경부는 "상반기 내 배달음식점의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마치고 일회용품을 대체재로 전환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근절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관계자는 "다음 달 초 안으로 배달음식 일회용품 규제 관련 대책 초안이 나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배달앱들도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4월부터 음식을 주문하는 고객이 일회용 수저ㆍ포크를 이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선택하는 기능을 앱에 추가했다. 이 기능은 도입 직후 3주간 소비자 25%, 225만명이 참여했다. 지난 5월부터 배민상회에서는 친환경 소재 그릇을 판매 중이다. 요기요는 현재 일회용품 관련 대안이 마련되지 않았지만 다음달 중순 점주들을 대상으로 생분해성 비닐봉지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배달앱 측은 일회용품 사용 자제 등에 대해 자영업자들에게 직접 권고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복수의 배달앱 관계자는 "친환경 용기의 경우 일회용 용기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에 매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서비스를 중개하는 입장에서 무턱대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강요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각 배달앱은 정부 규제가 마련될 경우 의견을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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