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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 따위로 해, 죽어 볼래” 메신저 괴롭힘도 징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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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16일부터 시행]Q&A로 본 ‘직장 내 괴롭힘’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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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죽어 볼래?”

직장인 A 씨는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한다. 평소 권위적이던 팀장이 어느 날 저녁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해 소주병을 거꾸로 쥐고 A 씨를 위협한 것이다. 이 팀장은 팀원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보고서가 미진하다며 A 씨 얼굴에 이 보고서를 던진 적이 있었고 무조건 차렷 자세로 인사하도록 강요했다. 고객들 앞에서 자신의 목을 잡고 흔들 때는 경찰에 고소라도 하고 싶었지만 행여 불이익을 당할까 봐 A 씨는 꾹 참았다.

이 사건은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의 실제 사례다. 16일부터 직장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 팀장은 사내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직장 괴롭힘 금지법이 처음 시행되는 만큼 괴롭힘의 정의와 기준 등을 두고 일터의 혼란이 작지 않다. 고용부가 올 2월 내놓은 매뉴얼을 토대로 주요 내용을 Q&A로 정리했다.

Q. 직장 괴롭힘의 뜻과 기준을 잘 모르겠다.

A. 직장 내에서 ①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②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서서 ③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뜻한다. 사용자나 상사, 선배는 물론이고 동기나 후배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괴롭힌다면 가해자로 인정된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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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직장 괴롭힘 피해자다. 내가 할 수 있는 조치가 어떤 것이 있나.

A. 직장 괴롭힘 담당자에게 사건을 신고한다. 신고는 전화나 e메일로 가능하다. 이때 담당자는 신고자의 신원을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 피해자는 회사 담당자에게 가해자로부터 분리되기만을 원하는지 아니면 △가해자의 사과 등 합의 △회사 차원의 정식 조사와 가해자의 징계 중 본인이 원하는 조치를 얘기하고 조사에 응해야 한다. 만약 회사가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자신을 징계했다면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도록 노동청에 신고할 수도 있다.

Q. 회사는 피해자의 진술을 무조건 믿어야 하나.


A. 피해자 진술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만 증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 다만 피해자의 진술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되며 가해자에게도 충분한 진술 기회를 줘야 한다.

Q. 직장 괴롭힘 가해자로 인정되면 무조건 형사처벌을 받나.


A. 아니다.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형사처벌은 불가능하다. 취업규칙에 정해진 사내 징계만 가능하다. 다만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한 피해자를 해고하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준 사업주는 형사처벌을 받는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Q. 직장 괴롭힘 피해는 누가 입증해야 하는가.


A. 피해자가 해야 한다. 피해를 주장하려면 평소에 관련 증거를 충실히 수집해 놓는 게 유리하다. 통화 녹취나 e메일 등도 증거로 인정된다.

Q. 사내하청 소속 근로자다.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나.

A. 원칙적으로 직장 괴롭힘은 같은 회사에서만 인정된다. 원청 근로자와 하청 근로자는 회사가 다르기 때문에 직장 괴롭힘이 법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 다만 회사가 자체적으로 취업규칙에 원청 근로자의 ‘갑질’을 막는 조항을 넣을 수는 있다.

Q. 직장 성희롱과 직장 괴롭힘은 뭐가 다른가.


A. 노동법상 성희롱은 성적인(sexual) 의미가 담긴 언사나 행동을 뜻한다. 성 역할을 강요하는 등의 젠더(gender) 갈등은 성희롱으로 인정되긴 어렵고 직장 괴롭힘에는 해당할 수 있다는 게 고용부의 판단이다. 예를 들어 남성이 다수인 팀에서 여성 직원 1명을 따돌릴 목적으로 사무실 청소 업무를 혼자 하도록 강요했다면 이는 성희롱은 아니지만 직장 괴롭힘에는 해당할 수 있다. 다만 행위가 지속적이지 않고 단순히 업무상 필요에 따라 시킨 거라면 직장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

Q. 상사의 괴롭힘에 따른 스트레스로 머리가 빠지고 있다. 산재 인정이 가능한가.

A. 가능하다. 단 업무 스트레스와 질병(탈모)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

Q. 조기축구회를 같이 하는 직장 동료가 내가 축구를 잘 못한다며 비난하고 괴롭힌다. 직장 괴롭힘에 해당하는가.


A. 직장 괴롭힘은 업무와 연관돼야 한다. 축구를 못 한다는 이유로 업무에서도 괴롭히거나 폭언을 한다면 직장 괴롭힘에 해당한다. 하지만 업무와 아무런 관련 없이 직장 내 구성원끼리 취미 활동을 비롯한 사적인 일을 하다 생기는 갈등 상황은 직장 괴롭힘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게 고용부의 판단이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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