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주전장’ 미키 데자키 감독 “아베의 무역 보복 대단히 유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일보

미키 데자키 감독이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때마침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이슈’를 만들어 줘서 한국에서 이 영화가 더 관심받게 됐네요. 아베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군요.”

아베 정권의 무역 보복 조치로 한일 간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을 들고 한국을 찾은 미키 데자키(36) 감독이 뼈 있는 유머로 한국 개봉(25일) 소감을 대신했다.

‘주전장’은 일본 우익세력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고 감추려 하는 이유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작품이다. 일본계 미국인인 데자키 감독은 3년간 일본, 한국, 미국을 오가며 위안부 문제에 관계된 인사 30여명을 인터뷰하고, 수많은 국가 공식 문서와 기사 등을 분석해 우익세력의 주장을 논박한다.

15일 서울 강남구 한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열린 ‘주전장’ 언론시사회에서 데자키 감독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국인과 일본인 간 정보에 차이가 있고 그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다”며 “양국 사람들이 그 정보를 알게 된다면 서로 이해하고 증오를 멈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영화를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증오가 사라져야 한국과 일본이 비로소 생산적인 토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데자키 감독이 위안부 문제에 관심 갖게 된 건 뜻하지 않은 사건 때문이었다. 2007년부터 5년간 일본에서 영어 교사로 일했던 그는 일본의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가 우익세력의 공격을 받았다. 아울러 1991년 일본군 위안부 김학순 할머니의 사례를 처음 보도한 전 아사히신문 기자 우에무라 다카시도 오랫동안 협박과 인신공격을 당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익들이 왜 위안부 문제에 극도로 예민한지 의문과 호기심이 꼬리를 물었고, 그렇게 카메라를 들었다.

데자키 감독은 일본 내 대표적인 우익 인사 7명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라 매춘부였다”라는 우익의 주장과, “위안부는 인권 유린 문제”라고 지적하는 양심적인 학자ㆍ언론인 등의 주장이 교차 편집되면서 영화는 숨겨진 진실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간다. 그리고 우익세력의 배후에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아베 정권이 있다는 사실을 직시한다.

지난 4월 일본에서 ‘주전장’이 공개된 이후 인터뷰에 응한 우익 인사 3명은 상영중지 요구 기자회견을 열어 “감독이 학술 연구 목적이라 속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데자키 감독은 곧바로 ‘영화 공개 승낙 합의서’를 공개하며 맞섰다. 데자키 감독은 “우익들이 이 영화를 보지 말라고 말하고 다니면서 나를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고 말했다.

‘주전장’은 일본에서 현재까지 3만 관객을 동원했다. 소규모 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이라고 한다. 그는 “영화를 본 관객들은 충격을 받기도 하고 몰랐던 문제라서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며 “일본에 선거가 다가오고 있는데 젊은 세대가 이 영화를 꼭 봤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근 아베 정권의 무역 보복 조치와 관련해 한국에서는 일본산 제품 보이콧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데자키 감독은 “‘주전장’은 일본 영화가 아니니 보이콧하지 말아 달라”며 “강제 징용 배상 문제에 아베 정권이 무역 제제로 대응하는 방식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아울러 “일본 정부의 의견과 일본 사람들의 의견은 전혀 다르다”며 “이 영화에서 그 다름이 무엇인지 찾아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