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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연극 리뷰] `배신`, 나만 모르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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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연극 ‘배신’ [사진제공 = 이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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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왜 이제야 말해? 그 사실을 언제 알았는데? 어째서 나는 모르고 있었지?"

지금까지 잘 속여 온 줄 알았건만 결국 속고 있는 건 자신이었다.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한 제리는 연속으로 뒤통수를 맞는다. 엠마는 제 입으로 제리와의 불륜 사실을 남편 로버트에게 털어놨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로버트는 친구에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세 명의 인물 사이 오가는 거짓말은 그칠 줄 모른다. 배신의 민낯을 바라보는 관객은 슬퍼지고 허무해진다.

최근 개막한 연극 '배신'은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해럴드 핀터의 '배신'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 이야기는 작가 자신이 실제로 겪었던 불륜의 경험에 바탕을 뒀다. 그가 BBC의 기자였던 조앤 베이크웰과 겪은 7년간의 혼외정사는 '배신' 집필에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고 알려진다. 1978년 6월 영국에서 초연돼 올리비에상 최우수 연극상을 수상하고,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돼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미니멀리즘이 실천된 무대엔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이 오른다. 단벌 의상만 입은 배우들과 의자, 와인잔 같은 단출한 소품들로 충분하다. 3평 남짓한 공간은 의도된 조명에 따라 침실과 서재가 되기도 했다가 베니스의 호텔로 변신하기도 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과거, 현재를 역순으로 오가며 전개되는 스토리가 집중력을 높힌다.

연극을 제작한 양손프로젝트는 '죽음과 소녀' '여직공' '단편소설극장' 등 남다른 기획력과 작품 선정으로 화제를 모아왔다. 박지혜 연출, 배우 양종욱·손상규·우정원, 무대감독 여신동, 음악감독 정재일 등의 활약이 조화를 이룬다.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력은 언제나 그래왔듯 수준급을 자랑한다. 다만 이번 공연은 강렬한 잔상이 남거나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기진 않는 편이다. 전작의 명성을 기대한 관객들은 생각보다 심심한 맛에 실망할 수도 있다. 공연은 20일까지 더줌아트센터.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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