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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흑조와 백조의 양면성 오롯이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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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4년 만에 내한한 이리나 코레스니코바가 최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다소곳이 앉아 있을 뿐인데, 자태부터가 남다르다. 백조의 우아함을 머금다가도, 흑조의 관능미 또한 은근히 발하는 듯하다. 순결과 퇴폐의 양면성이 공존하는 이 여인 정체는 이리나 코레스니코바(39).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발레 씨어터를 대표하는 프리마 발레리나(최고 무용수)다.

코레스니코바가 내한한다. 2005년 대구오페라하우스 '지젤' 무대에 이어 14년 만이다. 다음 달 28일부터 9일 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여는 '백조의 호수'에서 백조 오데뜨와 흑조 오딜로 분할 예정이다.

10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만난 이 발레계 여제에게 "1인 2역의 묘미"에 대해 먼저 물었다. 코레스니코바는 "오데뜨와 오딜은 전 세계 발레리나라면 누구나 꿈꾸는 역할 아니겠냐"며 "두 캐릭터의 양가적 모습을 아름답게 보여줘야 해 표정과 동작, 테크닉 하나하나 만전을 가해야 한다"고 했다.

"백조 오데뜨가 착하고 순종적이라면 흑조 오딜은 복수심에 불타는 강렬함이 돋보이죠. 워낙 성격이 다르기에 무용수의 기량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요. 관객이 흑백의 대조되는 면모를 확연히 느낄 수 있도록 유연한 연기를 펼쳐 보여죠. 기교 면에서는 익숙하니까 최대한 다채로운 모습을 구현하려고요."

코레스니코바의 생은 '백조의 호수'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세부터 1000회 이상 백조와 흑조를 소화해냈다. 지난해엔 영국 런던에서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과 함께 '백조의 호수'로 2주간 호흡했다. 그는 "김기민을 비롯해 한국 무용수들의 수준 높은 기량에 번번이 감탄한다"며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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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유튜브 같은 영상 매체로 한국 무용수들을 봐요. 어린 나이임에도 훌륭한 테크닉을 보유하고 있더군요. 특히나 러시아에 와서 훈련 받는 한국 아이들을 보면 깊은 인상을 받게 돼요. 혹독한 훈련을 거치면 러시아인 발레리나 못지 않게 훌륭한 무용수가 되리라고 봐요."

한국 방문이 처음인 상트페테르부르크 발레 씨어터는 아직 국내에선 미지의 단체다. 1994년 사업가 타치킨이 설립한 민간 발레단으로 국가 보조금이나 민간 후원 없이 공연 만으로 운영하고 있다. 코레스니코바는 1999년부터 이곳에 들어가 19세에 '백조의 호수' 무대를 처음 올랐다.

발레와의 연은 어떻게 닿은 것일까. 1980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군인 아버지와 유치원 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그다. 성격이 활달해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즐겨했다. "리듬체조, 피겨 스케이팅, 수영 등 안 해본 운동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발레는 취미로 했는데, 어느 날 선생님이 바가노바 발레 아카데미 진학을 권하셨어요. 때마침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TV에서 보고 흠뻑 반한지라 '그럴게요'라고 했고요. 그때가 아홉 살이었어요."

어느덧 세월이 흘러 다섯살 딸을 둔 엄마가 된 그다. 어린 딸의 꿈도 엄마처럼 발레리나가 되는 것이라 한다. 해외 공연이 있을 적이면 딸을 데리고 간다는 그는 예나 지금이나 "발레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며 "죽을 때까지 춤을 추고 싶다"고 했다.

"은퇴요? 그런 건 생각하지 않아요. 제 삶의 과제는 하나거든요. 언제나 어제보다 나은 모습으로 무대에 오르자는 것, 제게 무대는 전부니까요.(웃음)"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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