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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장수 삼봉리 산성서 ‘가야 토기’ 등 발견…성벽 축조기법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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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전북 장수군 장계면 삼봉리 일대 산성 유적 성벽. 자연 암반 위에 다듬지 않은 석재를 사용해 외벽만 쌓았으며 성돌 등 사이에는 작은 돌을 끼워 넣은 방식을 사용했다. 장수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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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장수군 장계면 삼봉리 일대 산성 유적에서 가야 토기와 봉수 기초부 흔적, 화장묘 등이 발견됐다. 이는 가야 산성의 가능과 역할을 엿보게 하는 유물로서 가야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14일 장수군에 따르면 군산대가야문화연구소(소장 곽장근)와 함께 가야 산성을 대상으로 발굴 조사한 결과 가야 토기, 봉수 기초부로 추정되는 흔적, 화장묘 등을 발견하고 성벽 축조기법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산성 내부에서는 대부장경호(굽 달린 목 긴 항아리)와 유개장경호(뚜껑 있는 목긴 항아리), 시루 등 가야계 토기와 철제 농기구, 철제 약연(藥碾·약재나 찻잎 등을 가는 도구) 등이 출토됐다. 이는 인근 가야 고총군 출토품과 흡사해 상호 밀접한 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철제 약연은 인근 경남 창녕 화왕산성과 경북 문경 고모산성, 부소산성 등에서도 발견됐다.

남쪽 성벽 시굴 조사에서는 성벽 축조기법이 확인됐다. 성벽은 산봉우리를 한 바퀴 둘러 축조한 형태이며 둘레는 300m 내외다. 성벽은 자연 암반 위에 다듬지 않은 석재를 사용해 외벽만 쌓았으며 성돌과 기저부, 성돌과 성돌 사이에는 작은 돌을 끼워 넣어 비교적 조잡하게 축조됐다. 이러한 기법은 최근 전북 동부지역에서 확인된 삼국시대 봉수의 기초부인 봉대(烽臺)와 소규모 산성에서 확인된 것과 매우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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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장수군 장계면 일대 가야 산성 유적에서 출토된 철제 약연(藥碾·약재나 찻잎 등을 가는 도구). 장수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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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수는 명확한 지상 구조물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기초부 조성 기법에 비춰볼 때 삼국시대 봉수로 알려진 장수 영취산, 봉화산 봉수와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8세기 전후 시기에 조성됐을 것으로 보이는 화장묘와 나말여초기 토기·기와편, 철기류, 건물 조성과 관련된 주혈(기둥을 박았던 구멍) 등이 확인됐다.

이같은 양상으로 볼 때 산성 유적은 삼국시대 산성 혹은 봉수 기능으로 축조된 뒤 통일신라시대에 묘역으로 그 기능이 바뀌고, 나말여초기에는 누정(樓亭·누각과 정자)과 같은 시설이 조성됐을 것이라는 게 발굴팀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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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장수군 장계면 일대 가야 산성 유적에서 출토된 약연과 농기구 등 철제 도구. 장수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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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산성은 장계면 삼봉리와 계남면 화음리 경계를 이루는 백화산(해발 849.5m)에서 북쪽으로 뻗은 지류의 정상부(해발 555m)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호남과 영남을 잇는 백두대간 육십령 서쪽 초입에 해당되며 전북지역 최대 가야 고총군으로 알려진 장수 삼봉리·호덕리·장계리 고분군과 인접해 있다. 학계에는 ‘장수 삼봉리 산성’으로 보고됐으며, 주변 마을 주민들에게는 ‘봉화터’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조사는 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가야문화권 조사·연구 및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했으며 산 정상부 발굴 조사와 남쪽 성벽 시굴 조사로 나눠 이뤄졌다.

장수=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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