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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도발적 비평가’ 존 버거의 예술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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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들: 존 버거의 예술론/톰 오버턴 엮음·신해경 옮김/336쪽·2만 원·열화당

동아일보

영국 출신 미술 비평가이자 소설가, 극본가인 존 버거(1926∼2017)는 생전 환호와 비판을 한 몸에 받았다. 그가 향년 90세로 세상을 떴을 때 미국 뉴욕타임스는 부고 기사 제목에 ‘도발적인 비평가, 존 버거 별세’라는 수식을 붙였을 정도다.

버거의 대표작은 1972년 영국 BBC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도 만들어진 ‘어떻게 볼 것인가(Ways of Seeing)’다. 이 책에서 그는 마르크스주의와 발터 베냐민의 영향을 받아, 예술 작품을 보는 급진적 관점을 제시했다.

이번에 새롭게 발간한 ‘풍경들…’은 버거의 수필, 시, 비평 등 다양한 글 35편을 엮었다. 그의 아내 베벌리 버거가 영국도서관에 기증한 자료를 런던 킹스대 연구원이었던 톰 오버턴이 읽고 분류한 두 책 중 한 권이다. 나머지 하나는 버거의 예술가론을 모은 ‘초상들’. 두 책은 버거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인 2016년 그의 생일을 기념해 출간했다.

책의 1부 ‘지도 다시 그리기’는 버거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사람들에 대해 쓴 글을 모았다. 제1, 2차 세계대전 무렵 일었던 유럽의 파시즘 광풍을 피해 런던으로 온 난민들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흡수한 흔적이 드러난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롤랑 바르트, 제임스 조이스 등 여러 작가와 사상가에 대한 버거의 관점을 엿볼 수 있다.

2부에서는 예술에 관한 그의 생각이 좀 더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지금에 비춰 보면 빗나간 그의 예언을 종종 발견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초상화가 앞으로는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과 같은 대목들이다. 그러나 버거도 자신의 이야기가 ‘이견’의 대상이 되길 바랐다고 한다. 부조리를 드러내는 것이 예술이며, 비평가는 예술의 시대적 역할을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는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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