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모든 전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총은 AK47이다. 보통 M16이 귀에 많이 익지만, AK47 앞에선 꼬리를 내려야 한다. 내구성, 저렴한 가격, 조작 편리성, 살상력 등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인 이 총은 전 세계 인구 77명당 1명꼴로 보급될 만큼 무기의 대표적 상징이 됐다.
이 돌격소총의 위력은 베트남 전쟁에서 드러났다. 한국군은 베트남에서 M16을 받았는데, 총알이 막히고 고장이 잦은 것으로 유명했다. 반면 AK47은 밀림 근접전에서 M16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미군 병사가 많았다.
2003년 이라크전에서도 이 소총의 위용은 세월을 배반한다. M16이 걸핏하면 총탄이 걸려 발사되지 않아 수시로 분해해서 청소해야 했다면, AK47은 폭풍 속에서 흩날리는 흙먼지와 모래에도 끄떡하지 않고 단단히 버텼다.
1949년 소련군이 처음 보병 기본 화기로 공식 채택한 순간부터 총기의 기본인 신뢰성과 살상력에 가장 충실한 ‘명품’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무기’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데는 이 같은 내외적인 기술적 배경이 작용했다.
또 다른 배경으로 AK47은 제3 세계 비동맹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특허를 주장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설계 도면까지 무상으로 배포했다.
세계 각지에서 정품과 복제품이 우후죽순 쏟아진 배경이다. AK는 현대사의 모순적 상황을 만든 주인공이기도 했다. 소련이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려 할 때, 소련 침략에 맞선 무자헤딘(아프가니스탄의 전사들)은 미국에 이 총기를 달라고 요청해 결국 AK 대 AK로 싸우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AK는 이제 알카에다로 넘어갔다.
한때 6달러까지 가격이 내려가 닭 한 마리 가격이라는 의미의 ‘치킨건’으로 불린 이 총은 한때 해방과 혁명의 도구로 애용됐지만, 점차 독재와 내전, 분쟁과 범죄용으로 용도가 변경됐다.
저자는 “불과 반세기 동안 그토록 많은 목숨을 앗아간 무기는 역사상 없었다”며 “가장 강력한 무기인 핵폭탄이 절멸의 위협으로 강대국 간의 전쟁을 억제했다면, 대리전의 주력 무기였던 AK47은 치명적인 살상력으로 전쟁의 면모를 바꿨다”고 말했다.
◇AK47=래리 커해너 지음. 유강은 옮김. 이데아 펴냄. 392쪽/2만원.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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