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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레드슈즈' 홍성호 감독 "한국산 애니의 신기록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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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애니메이터 "매력적인 캐릭터 만들어냈다"

연합뉴스

'레드 슈즈'
[싸이더스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오는 25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레드슈즈'는 한국 애니메이션계가 내놓는 야심작이다. 그림과 내용, 영어 대사까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순수 한국산이다.

2003년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의 컴퓨터 그래픽을 담당한 홍성호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겨울왕국' '모아나' '주토피아' 등에 참여하며 한국인 최초 디즈니 수석 애니메이터를 지낸 김상진 감독이 캐릭터 디자인과 애니메이션 감독을 맡았다. 두 사람을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서 만났다.

홍 감독은 "편견이 강한 동화에서 이야기를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레드슈즈'의 시작을 떠올렸다.

'레드 슈즈'의 기본 얼개는 고전 동화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에서 따왔다. 주인공 레드슈즈의 원래 이름은 스노우 화이트(백설 공주)다. 저주에 걸려 초록색 난쟁이로 변한 일곱 왕자가 등장하고, 마녀 새엄마와 마법 거울이 악당이다.

홍 감독은 누구나 아는 이 동화를 비틀어 외모 지상주의를 비판한다. 공주는 예쁘고 날씬한 외모로 유리관 속에 누워 수동적으로 왕자를 기다리는 대신 불의에 맞서 싸운다. 통통한 외모로, 전통적인 미인상과는 거리가 있다.

"시놉시스를 처음 쓴 것은 2007년이에요.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보면서 백설 공주가 난쟁이들이 아니라 백마 탄 왕자가 갑자기 사랑에 빠져서 떠나는 것이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제가 키도 작고 잘생기지 않아서 그런지…. (웃음) 시놉시스를 양우석 감독이 시나리오로 풀었고, 2011년에 대한민국 시나리오에서 애니메이션 최초로 대상을 받았죠. 처음엔 투자를 못 받아서 고생했는데, 정부에서 도와주고 그 뒤 나머지 투자자들이 모이기 시작했죠. 김상진 감독님은 2016년에 합류하셨고요."(홍성호)

그는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자는 이야기에서 시작했는데,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로 더 나아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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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슈즈'
[싸이더스 제공]



'레드슈즈'에는 '백설 공주'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서양의 동화와 전설이 녹아있다. 일곱 왕자 중 멀린과 아더는 아서왕 전설에서, 잭은 '잭과 콩나무', 한스는 '헨젤과 그레텔'에서 가져왔다. 잘 벗겨지지 않는 공주의 빨간 구두는 안데르센의 '빨간 구두'를, 일곱 왕자에게 마법을 거는 요정 공주는 '오즈의 마법사' 또는 '위키드'의 초록 마녀를 떠올리게 한다.

"사람들이 아는 것을 넣으면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는 이야기를 하면서 또 다른 이야기로 발전시키면 좋지 않을까 싶었죠. 각 캐릭터가 그 동화의 나라 억양을 쓰죠. 캐릭터가 많긴 하지만 스노우 화이트와 멀린에 집중했어요."(홍성호)

홍 감독은 "두 남자 캐릭터를 경쟁하게 만들려고 버디로 돼 있는 멀린과 아더를 갖고 왔는데, 아더는 왕이고 멀린은 항상 조력자였다"며 "그것도 바꿔서 멀린을 남자 주인공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레드슈즈'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마치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속 그것 같다. 김상진 감독은 "차별화가 고민이었다"고 돌아봤다.

"제가 디즈니 여주인공을 많이 그렸는데, 또 여성 캐릭터를 맡아 차별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도전이었죠. 그런데 결국 매력 있는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되더라고요. 매력 있다는 것은 단지 예쁘거나 잘생긴 것이 아니라, 캐릭터가 가진 고유한 특성을 말하죠. 왠지 모르게 끌리는 그런 것요. 이런 특성을 디자인에 집어넣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한 캐릭터가 두 모습을 하는 건 처음 해보는 거라 재밌기도 했고요." (김상진)

김 감독은 "그림체는, 아무래도 디즈니에 오래 있다 보니 비슷한 점이 있을 것 같다"며 "내가 가진 한계이기도 한데 딱히 단점 같진 않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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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감독(왼쪽)과 김상진 감독(오른쪽)
[싸이더스 제공]



김 감독은 일곱 왕자 중 세쌍둥이인 피노·노키·키오의 탄생 비화도 들려줬다.

"일곱 왕자만 해도 7명인데, 두 가지 모습이 있으니까 14명인 셈이죠. 전부 수작업으로 그리는데 힘들고 벅찬 데다 돈도 많이 들거든요. 똑같이 생긴 쌍둥이들은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원랜 네 쌍둥이로 하려다가 홍 감독이 말려서…. (웃음)"

두 감독은 '레드슈즈'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산 애니메이션이 업그레이드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비쳤다.

"한국 아티스트들이 좋은 퀄리티의 애니메이션 하고 싶은 욕구가 많지만, 그럴 만한 작품이 별로 없어요. '레드슈즈'가 성공하고 한국 애니메이터들이 더 뛰어난 영화에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김상진)

"'레드슈즈'의 황수진 프로듀서 같은 분도 한국에는 없거든요. 이 작품이 한국산 애니메이션의 새 기록을 세웠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우리도 할리우드와 경쟁하지 않을까요."(홍성호)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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