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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피아니스트가 된 화가 오재형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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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예술 잡상인이라 불러주세요.”

오는 15일 동숭동 예술가의집에서 ‘오재형의 비디오 리사이틀’을 준비하는 피아니스트 오재형(35·사진)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예술 잡상인’? 그가 걸어왔던 지난 10년의 발자취를 살펴보면 아주 엉뚱한 대답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그는 개인전도 여러 번 열 정도로 화가로 활발히 활동해왔다. 한편 지난 3월 홍대에서 열린 인디 다큐페스티벌에서는 자신이 찍은 단편영화 <모스크바 닭도리탕>을 상영했으며, 최근에는 자신의 공황장애 경험을 고백한 에세이집까지 출간했다. 이렇게 화가, 영화감독, 작가의 타이틀을 가진 그이지만, 지난 2월 화가 ‘은퇴전’을 한 뒤 ‘피아니스트’의 길을 새로 시작하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화가로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언제부턴가 그림을 그리지 않는 저를 발견했어요. 잠시 멈추는 것보단 이젠 끝을 맺어야 하지 않을까요?” 반면에 음악에 대한 미련이 커졌단다. 대학에서 그림 수업을 받을 때도 머릿속에서 피아노를 한순간도 놓은 적이 없단다. 첫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현재의 심정을 묻자 살면서 이렇게 두려운 적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번 콘서트의 계기는 ‘700회가 넘는 콘서트를 열었던 박창수 피아니스트의 제안’이었다. “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피아노 치는 영상을 보고 연락이 왔어요. 일반인치고는 느낌이 있대요.(하하) 영상과 함께하는 피아노의 느낌이 독특하대요.”

한 시간 남짓의 콘서트에서 자신이 제작한 8편의 단편영화도 상영한다. 여기엔 클래식을 비롯해 작곡가에게 의뢰받은 곡, 자작곡들도 포함됐다. 그는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보여준 적 없는 새로운 형태의 콘서트에 인생을 걸었어요”라며 앞으로의 각오를 이렇게 밝혔다. “미술, 영화계에서 피아노를 쳤던 적은 있어요. 그런데 여긴(예술가의집) 손열음과 조성진이 섰던 무대입니다. 많이 돌아오긴 했는데, 이제야 제 직업을 찾은 거 같습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 오재형은 상명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해 개인전 < nature portrait >(2011), <마이너스 8.5의 감성>(2011), <코스모스>(2013), <블라인드 필름>(2016), <안녕>(2019)을 열었다. 수필집 <넌 생생한 거짓말이야>(2019)를 발간했으며, 단편영화 <덩어리>(2016), <모스크바 닭도리탕>(2019)을 제작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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