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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여성 치맛속 몰래 휴대폰으로…김성준, 왜 '지하철 몰카'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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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성준(55)전 SBS 앵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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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지하철역에서 여성의 신체를 몰래 불법촬영(이하 몰카)한 혐의로 김성준(55)전 SBS 앵커가 경찰 조사를 받는 가운데, 버스나 지하철 등 인파가 많이 몰리는 대중교통에서 몰카 범죄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영등포경찰에 따르면 김 전 앵커는 지난 3일 오후 11시55분께 지하철 2·5호선 영등포구청역에서 여성의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대중교통은 사람이 많이 몰려 증거를 확보하지 않는 이상 피의자를 특정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인파 속에 있다 보니 범행 과정서 사람들에게 쉽게 적발되지 않을 수 있다.


또 가해자가 초소형 몰래 카메라 등을 이용하면 아예 자신이 피해를 당하고 있는지 인지조차 할 수 없어 일부 대중교통 이용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몰카 범죄 대부분 지하철서 발생…주로 치마 속 촬영

대법원 양형위원회 소속 양형연구회가 지난해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서울중앙지법에서 유죄가 선고된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사건 164건에 따르면 몰카 범죄가 일어난 장소는 지하철(59.2%), 집과 숙소(22.6%), 화장실(6.1%) 등의 순서로 많았다.


몰카 범행 도구는 대부분 휴대전화(92.7%)로, 주로 치마 속(51.8%)을 가장 많이 촬영했다. 이어 알몸(18.3%), 성관계(6.7%), 용변(6.1%) 장면도 많이 찍혔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서로 모르는 사이인 경우가 83%였으며, 지하철에서 모르는 여성 53명의 치마 속을 464차례 촬영한 한 남성은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는 호소도 나오고 있다. 서울서 근무하는 30대 직장인 A(여) 씨는 "출·퇴근을 주로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는데, 몰카 범죄 뉴스가 많다 보니 아무래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최근 몰카 도구가 더 작아지는 등 변하고 있어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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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형태의 몰래카메라.사진=경찰청 공식블로그


몰카 도구 고도화…'실시간 몰카'까지

몰카 범죄 도구는 더 고도화하고 있다. 볼펜과 똑같이 생긴 볼펜형 몰래카메라가 있는가 하면, 안경, USB, 시계, 자동차 키, 라이터 등 일반인이 보면 도저히 알아낼 수 없는 수준의 카메라가 존재한다. 카메라의 전원이 꺼진 것처럼 보이게 하면서 촬영하는 장비도 등장했다.


수법도 다양하다. 한 몰카범은 쇼핑백 안에 카메라를 설치, 외부에서 카메라를 조정하며 타인의 신체를 몰래 찍다 현행범으로 붙잡히기도 했다. 또 다른 몰카범은 촬영 소리가 없는 무음 카메라 앱을 이용해 몰카 범행을 저지르다 적발됐다.


올해 2월 전북에서는 아예 휴대전화 2대를 이용해 몰카 촬영 장소에 휴대전화 1개를 숨기고 남은 휴대폰 1개로 실시간 몰카 촬영·녹화를 하다 적발된 일도 있었다. 일종의 '실시간 몰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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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는 여성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전국 만19세 이상 64세 이하 남녀 7,200명을 대상으로 폭력 피해 경험 및 대응, 성폭력에 대한 인식, 정책 인지도 등에 대해 '2016년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는 100% 여성이었다. 첫 피해 연령은 19~35세 미만이 91.1%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또 다른 문제는 범죄 특성상 피해자가 내가 언제 어디서 피해를 당했는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여성들의 불안감이 일상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사원 B(27·여) 씨는 아예 '몰카 방지 도구'를 휴대하고 다닌다. B 씨는 "지하철역 화장실이나 공용화장실에 뚫려있는 곳은 아무래도 (몰카 범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소량의 실리콘 제품을 휴대하고 다니며 의심이 되는 구멍을 막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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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처벌 솜방망이 수준…처벌 강화해야

몰카 범죄 수법과 도구가 지속해서 고도화하고, 여성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처벌 수위는 사실상 솜방망이 수준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처벌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 대법원 양형연구회에서는 '디지털기기를 사용한 성범죄'를 5회 이상 계속 저지르는 사람은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디지털 성범죄와 양형' 심포지엄에서 발표자로 나선 백광균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판사는 "집·화장실·탈의실 등 폐쇄된 공간에서의 범행, 5회 이상의 범행, 불법촬영자가 유포에 이른 경우, 성관계·용변 등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에 대한 촬영, 미성년자·장애인에 대한 범행, 동종전과가 있는 경우 등은 가중 처벌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백 판사에 따르면 법원이 몰카 범죄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한 사건은 2014년 197건에서 2018년 546건으로 증가한 반면, 벌금형 선고비율은 2014년 73.1%에서 2018년 48.5%로 감소했다.


토론자로 나선 인정숙 여성가족부 권익지원과장은 "여성들이 느끼는 불법촬영 및 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실제적 불안과 두려움이 매우 크다"며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죄질에 따른 일관성 있는 처벌이 중요하므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의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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