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중재 없는 일대일 협상 시동
어렵사리 재개된 북-미 대화 국면에서 떠오른 ‘속도감’이란 키워드는 향후 양측의 실무협상 개최지를 선정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판문점 3차 북-미 정상회담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포착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미국은 비핵화 실무협상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 및 한국 관계자들과도 접촉하겠지만(deal with), 초기의 대화(initial talks)는 대부분 북-미 사이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최대한 양측이 시간을 절약하고 실속 있는 만남을 성사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협상지가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한 외교 당국자는 “결국 북한이 편한 곳으로 협상 장소가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2∼3주 내에 실무협상이 열린다면 양측 입장에선 1분 1초가 아까운데, 북유럽은 양국 모두에서 너무 멀어 협상지로 얼마나 매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미 북-미 정상이 3번이나 만난 상황인 만큼 중립국인 스웨덴보다는 평양이나 판문점에서 실무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더 실리는 것이다.
비건 대표는 올해 초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인 1월 말 스웨덴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함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만났다. 하지만 비건 대표는 실제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는 2월 평양에서 실무협상을 벌인 바 있다.
양측이 속도감 있는 협상 재개를 원하지만 아직 ‘비핵화’의 개념 정의도 합의를 못 한 상황이다. 그래서 이달 안으로 비건 대표가 북측의 새 실무협상 대표를 만난다고 해도 상견례에 그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 측 협상대표가 바뀌면서 하드웨어는 바뀌었다고 할 수 있는데, (비핵화 협상에 대한 입장이라는) 소프트웨어에는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며 “첫 만남에서 큰 진전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에서 미 행정부가 단계적 접근법, 이른바 ‘스몰딜’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미 유력 언론에서 제기됐다. 미 워싱턴포스트(WP)의 외교전문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은 4일(현지 시간) 칼럼에서 “미국이 북한과 외교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스몰딜”이라고 말한 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대북정책을 둘러싼 싸움이 재연되는 데 대해선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스몰딜로 알려진 단계적 접근의 개념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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