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文대통령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도 장소·형식 구애 없이 만나"
함께 나오는 남북미 정상 |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판문점에서 지난달 30일 이뤄진 남북미 정상의 '깜짝 회동'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과거 회담의 '전례'를 참고했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돼 눈길을 끈다.
지난해 5월 판문점에서 열린 '원포인트' 남북정상회담 등의 사례가 이번 회동 성사에 보이지 않는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4일 영국 일간 가디언이 유튜브 계정에 공개한 판문점 회동 당시 현장 영상을 보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미 대통령의 양자 회동이 끝난 뒤 남북미 정상 3명이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나란히 걸어 나온다.
이때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운데에 둔 채 문재인 대통령에게 "나와 트럼프 대통령도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이렇게 원한다면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다는 그런 전례를 참고하였다"고 웃으며 말한다.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만난 전례라는 김 위원장 표현으로 볼 때 이는 지난해 5월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진행된 김 위원장과 문 대통령의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두 만남은 사실상 하루 만에 급박하게 준비됐고, 기성의 의전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속전속결'로 성사됐다는 점에서 닮은꼴로도 평가할 수 있다.
북미정상회담 취소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열린 지난해 5·26 남북정상회담은 전날 오후 김 위원장이 '일체의 형식 없이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해오고 문 대통령이 수락하면서 성사됐다.
이번 판문점 북미 회동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깜짝' 제안한 지 약 32시간 만에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글을 올린지 5시간 15분 만에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내놓으면서 신속하게 호응했고, 이어 북미 실무자들이 회동 조율에 들어갔다.
김 위원장의 발 빠른 호응에는 5·26 남북정상회담의 경험도 바탕이 됐다는 것을 이번 발언에서 엿볼 수 있는 셈이다.
또 지난해 남북이 판문점을 무대로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면서 의전, 경호 등의 경험을 축적한 것도 단시간에 회동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열린 4·27 정상회담과, 북측 지역에서 열린 5·26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남북간 '협업' 경험이 쌓인 것이 이번 남북미 회동에서도 자양분이 된 셈이다.
실제로 남북 경호요원이 판문점에서 경호하다가 서로를 알아보는 영상이 화제가 된 데서 보듯 남북한의 경호 '공조'는 앞선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이번 남북미 정상회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앞선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실무적으로 준비했던 남쪽의 국가정보원과 북쪽의 통일전선부가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의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쪽으로 걸어 들어가 사진을 찍고 다시 남쪽으로 내려오는 장면 등은 작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의 동선과도 닮았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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