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홍콩 시위' 관련 영국에 강력 항의…중·영 갈등 고조

연합뉴스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부 장관이 홍콩 시위와 관련해 중국이 홍콩 반환협정을 위반하면 심각한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자 중국이 외교 채널을 통해 공식 항의를 제기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3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 홍콩 주재 부서는 이날 헌트 장관의 홍콩 관련 발언에 대해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특정 사안에 대해 외교 경로로 항의했을 때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는 표현을 쓴다.

이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불만 표출로 간주된다.

중국 외교부 홍콩 주재 부서 책임자는 “영국 외무 장관의 여러 차례 홍콩에 대한 잘못된 발언에 대해 강렬히 분개하며, 이미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책임자에게 엄정한 교섭을 제기하면서 강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피력했다”며 ”폭력은 폭력이고 범죄는 범죄로 어떤 국가와 사회도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홍콩 주권 중국 반환 22주년인 지난 1일 홍콩 입법회 청사 점거 시위 중 벌어진 폭력사태를 “법치를 논하는 사람은 모두 단호히 반대하고 강력히 규탄해야 한다”며 ”강력 범죄자를 감싸는 것은 최소한의 도덕 수준도 상실한 것으로 영국 외무 장관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은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다”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이 책임자는 또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며 중국의 한 특별 행정구라는 점을 영국에 다시 알린다”며 “홍콩이 조국에 복귀함으로써 영국의 관련 권리와 의무는 모두 끝났기 때문에 영국이 홍콩에 개입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홍콩이 고국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영국이 직시하길 바라며 국제법을 준수하길 다시 한번 엄중히 요구한다”며 ”중국의 주권을 존중하고 홍콩의 일과 중국 내정 간섭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사진)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헌트 장관은 며칠간 계속 홍콩 문제와 관련해 잘못된 발언을 하고 있다”며 “중국은 이에 대해 강력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했지만, 그는 영국 식민통치의 환상에 여전히 취해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영국의 이런 태도는 짝사랑에 빠져 헛된 망상을 하는 것”이라며 ”영국이 홍콩 주민의 자유를 쟁취했다는 생각은 완전히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생각”이라고 일갈했다.

더불어 ”중국 정부는 홍콩이 반환된 뒤 헌법과 기본법에 따라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확실히 시행하고, 고도의 자치를 보장했다”며 ”홍콩인들에게 전에 없는 민주 권리를 법에 따라 보장했다”고 주장했다.

홍콩 시위대의 입법회 건물에 대한 폭력행위와 점거를 이유로 시위대를 탄압해서는 안 된다는 헌트 장관의 주장에는 ”이번에 발생한 입법회 사건은 법치를 침범하고,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엄중한 위법 행위”라며 “이런 사실을 무시하고 헌트 장관이 홍콩 정부가 시위대를 탄압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완전히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헌트 장관은 2일(현지시간) 공영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홍콩 시위와 관련해 중국이 일국양제를 규정한 ‘영국-중국 공동선언’(홍콩 반환협정)을 지키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홍콩 시위대의 과격한 행동을 비판하면서도 홍콩 정부가 이를 시위대 탄압의 계기로 삼아 우려를 키워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윤종 기자 hyj070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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