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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밤새 짖어도 막을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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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양이 등 반려동물 울음, 현행법상 ‘소음’ 간주 안 해

24시간 애견숍 등 민원 증가

“상생 위한 법·제도 마련을”

경향신문

서울 송파구 한 빌라에 사는 김모씨(57)는 며칠째 밤잠을 설쳤다. 애견숍 강아지들이 주인이 퇴근한 오후 9시 이후 밤새 짖었기 때문이다. 애견숍엔 최대 11마리의 강아지가 머문다. 애견숍은 지난 3월 김씨가 사는 빌라 1층에 들어섰다. 최근 유독 짖는 일이 잦아지고, 소리도 커졌다. 냄새도 심하게 나 김씨는 가게 주인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신고를 해도 출동한 경찰관은 방법이 없다고 했다. 김씨는 구청에 민원도 넣었지만 마찬가지였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한 동네 주민들도 지난해 애견카페에서 발생한 소음을 두고 강서구청에 민원을 접수했다. 이 애견카페는 호텔과 미용실까지 함께 운영하며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시설을 점검했지만 다른 조치를 취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고 했다.

반려동물 시설이 증가하면서 인근 주민들이 겪는 불편도 늘어난다. 주민과 반려동물 시설 간 ‘상생’을 위한 법적 제도나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동물판매업체는 4904개로 전년(3991개) 대비 1000개 가까이 늘어났다. 애견유치원 등 동물 위탁업체만 2388개, 미용업체는 4832개를 차지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반려동물 연관 산업 규모가 2015년 약 1조8000억원에서 2020년에는 약 3조3000억원으로 늘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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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산업 증가에 따라 소음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런 피해를 해결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현행 소음진동관리법이나 주택법이 반려동물의 울음소리를 소음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법률상 소음은 ‘기계·기구·시설, 그 밖의 물체의 사용 또는 공동주택 등 장소에서 사람의 활동으로 발생하는 강한 소리’로 규정된다. 경찰이나 구청이 울음소리 등을 제재할 근거가 없다.

반려동물 시설에 방음장치 등을 설치하거나 주거지 인근에 들어서지 못하게 하는 등 시설 운영·입점 규정도 없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반려동물 시설이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강제 조항은 아니다. 애견카페의 경우 식음료를 판매하는 식품접객업으로 분류돼, 동물보호법 적용대상도 아니다. 한 구청 관계자는 “국토계획법상 동물판매업은 근린생활시설로 설립할 수 있다”며 “일단 허가를 받아 영업을 시작하면 규제할 방법은 없다”고 했다.

차상곤 공동주택생활소음관리협회장은 “반려견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피해 보는 사람도 있어선 안된다”며 “지금은 마땅한 기준이 없어 무방비 상태”라고 했다.

반려동물과 상생하려면 피해 방지를 위한 적절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한국법제연구원의 ‘애완견 관리에 관한 법적 문제’ 연구를 보면, 미국 오리건주는 지속적인 개 짖는 소리로 이웃에게 방해를 줄 경우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한다. 호주 브리즈번에서는 오후 10시에서 오전 7시 사이 30분마다 3분 이상 반려동물이 시끄럽게 할 경우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정하는 등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뒀다.

동물보호단체 카라 전진경 상임이사는 “반려동물 시설을 운영하는 사람의 노력, 비반려인의 이해, 분쟁이나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법과 제도가 모두 필요하다”고 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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