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드라마센터는 본래 공공극장…유치진, 정부 특혜로 사유화"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동랑 유치진의 친일 행적을 밝힌 책 '유치진과 드라마센터'가 지난달 27일 출판사 연극과 인간에서 발간됐다.
'공공극장으로서의 드라마센터 정상화를 위한 연극인 비상대책회의(공공정비)'는 드라마센터(남산예술센터) 정상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책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공공정비측은 자신들을 본래 공공극장으로 설립된 드라마센터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연극인 연대체라고 소개했다.
드라마센터는 유치진이 세운 서울예술대학교(학교법인 동랑예술원) 소유로 지난 10년간 서울시가 임차해 서울문화재단이 위탁운영했다. 이 기간 동안 많은 예술가들이 민간 극단에서는 할 수 없는 실험적인 공연들을 드라마센터에서 시도했고 드라마센터는 공공극장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연극인들에게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동랑예술원이 지난해 서울시에 임대계약을 종료하겠다고 통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연극계는 동랑예술원의 계약 종료를 드라마센터를 사유화하려는 시도로 규정했다. 또 애초 드라마센터가 동랑예술원 소유로 되는 과정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며 드라마센터는 공공극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계속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정비 측는 "드라마센터는 본래 1962년 록펠러 재단과 정부, 연극계의 후원으로 세워진 공공극장이었다. 그런데 유치진 일가는 불법으로 학교법인 한국연극연구원(현 동랑예술원)에 극장을 기부하는 것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탈법 수단을 동원해 극장을 사유화했다. 친일 행적이 있었던 유치진은 드라마센터를 기반으로 '남한 연극의 아버지'로 추앙받았고 정부는 유치진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하며 드라마센터의 사유화를 묵인,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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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진과 드라마센터는 유치진 일가가 드라마센터를 사유화하는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밝힌다. 책은 1, 2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유치진 일가가 정부의 특혜를 받으며 드라마센터를 사유재산으로 만드는 과정을 추적하고 있으며 2부에서는 '한국 연극의 아버지'로 추앙받았던 유치진의 친일 연극 행적을 밝히고 있다.
공공정비 측은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추적한 극장의 사유화과정,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유치진의 친일 행적과 더불어 공공극장을 빼앗기는 동안 불감하고 무지했던 연극계의 뼈아픈 반성과 성찰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또 이 책은 일제강점기와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유치진의 문화권력이 형성된 과정과 드라마센터의 사유화 과정을 연구하고 이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제기하는 데 힘써온 공공정비가 그동안의 문제의식과 연구 성과를 알리고 후세에 역사적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결과물이라고 덧붙였다.
김미도 한국연극평론가협회 회장, 김숙현 연극평론가, 김옥란 극동대학교 교수를 비롯한 여덟 명이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공공정비는 1일 오후 5시부터 서울문화재단 '대학로 연습실'에서 출판기념회를 겸한 연극인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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