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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단독] 친아빠, 삼촌이라 부른 아들···고유정 엽기 '성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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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서 성(姓) 불화…계획범죄 증거되나

고유정, 어린이집서 “현남편 성씨 써달라”

친부, 설날 아들 친가 데려갔다 이혼통보



고유정, 체포 한 달 ①



고유정(36) 사건은 희대의 엽기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범행계획이 치밀하고 살해 및 시신훼손·유기 방법이 독특하다. 전남편이 살해된 지 한 달이 넘도록 유해조차 발견 못 한 것은 범행의 치밀함과 잔혹성과 치밀함을 뒷받침한다. 검찰은 1일 고유정을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기소 할 방침이다. 고유정의 엽기 행각과 범행 동기, 의문점 등을 시리즈로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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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 오른쪽은 고유정이 살해한 전남편 강모(36)씨의 유품.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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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평소 친부를 삼촌으로 속여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평소 아들(5)에게 자신이 살해한 친아버지를 삼촌이라고 속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제주지검과 제주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고유정의 친아들은 살해된 친부 강모(36)씨를 삼촌으로 알고 있었다. 검찰과 경찰은 고유정이 친아들에게 계부인 현남편(37)을 친부로 속여온 것으로 보고 범행동기와의 관련성을 캐고 있다. 고유정의 아들은 이혼 후에도 현 남편의 호적에 등재되지 않아 숨진 전남편 강씨의 성을 갖고 있다.

검·경은 고유정이 아들 문제를 놓고 숨진 전남편과 갈등을 빚은 정황에도 주목하고 있다. 강씨는 지난달 25일 면접교섭권 소송을 통해 2년 만에 아들을 만나던 날 고유정에게 살해됐다. 고유정과 강씨가 이혼 후에도 아들의 친권 문제로 갈등을 빚은 것은 경찰 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수사 결과 고유정은 평소 아들의 성(姓) 문제에 유난히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올해 초 친아들과 숨진 의붓아들(5)이 다닐 어린이집을 알아보면서 “두 아이의 성(姓)을 같게 표기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고유정은 “조만간 개명(改名)을 해서 (친아들의) 성을 바꿀 것이니 게시판에 기재되는 이름을 현 남편의 성씨로 해달라”고 했다. 당시 고유정은 두 아들을 어린이집에 형제라고 소개한 뒤 재혼 가정인 것을 숨겨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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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오후 경찰이 제주시 동복리 쓰레기매립장에서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범행 후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버린 종량제봉투 내용물을 찾기 위해 수색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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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아들·의붓아들 “형제다” 소개



고유정은 2017년 11월 현 남편과 재혼했다. 고유정과 현 남편은 각각 전남편과 전처 사이에서 낳은 5살 동갑내기 아들이 있었다. 그동안 고유정 부부는 청주에서 거주해왔으나 자녀들은 각각 제주도의 친정과 친가에서 조부모 등이 돌봐왔다.

고유정과 강씨가 이혼한 배경에도 아들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강씨 측 변호인은 “숨진 강씨가 2016년 2월 설날에 다툼이 있었고 처가 반대에도 아들을 친가에 데려갔는데 부부사이가 틀어진 결정적 사유 가운데 하나”고 말했다. 이 일이 있은 4개월 뒤 고유정은 강씨에게 이혼을 통보했다. (※실제 이혼소송은 이후 남편 강씨가 제기했다)

고유정이 아들의 성(姓)이나 친권 문제에 매달려온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됨에 따라 범행과의 연관성에 관심이 쏠린다. 아들의 성씨를 바꾸거나 입양하는 문제 때문에 전남편을 살해했다면 고유정이 주장하는 우발적인 범행이 허위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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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공개가 결정된 고유정이 카메라 앞에 선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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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1일 기소…구속 기간 만료



검찰은 고유정의 구속기한이 만료되는 1일 살인 및 사체 손괴·유기 등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1차 구속 만료기한인 지난 21일까지 추가 수사를 했지만 고유정이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자 구속기간을 연장했다.

검찰은 그동안 고유정의 범행동기와 과정 등을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고유정이 구속된 후에도 “전남편의 성폭행 시도를 막으려다 범행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어서다.

앞서 경찰은 범행 당시 고유정이 흉기로 최소 3회 이상 찔러 살해했을 것이라는 추정만 내놨을 뿐 구체적인 범행 과정은 찾아내지 못했다. 고유정은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 한 펜션에서 아들을 만나러 온 전남편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해 최소 3곳 이상 장소에 유기한 혐의로 지난 1일 경찰에 체포됐다.

검찰 역시 고유정이 강씨와의 첫 자녀면접이 잡힌 후 보름간 범행을 준비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고유정은 지난달 9일 아들 면접권을 다툰 재판에서 패소한 이튿날부터 ‘뼈 무게’ ‘살인도구’ 등 범행 관련 단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후 감기증세를 호소하며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처방받아 구입했다. 이후 제주에서 흉기와 종량제봉투 등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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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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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 30일째…시신조차 발견 못 해



전문가들과 프로파일러들은 고유정이 전남편과의 면접교섭권 소송에서 패하면서 현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깨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범행동기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고유정의 입장에선 아예 아들의 성을 현 남편과 같게 바꾸면 이런 불안감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여겼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김영식 서원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일반적으로 이혼하더라도 자녀의 성을 강제로 바꾸려는 욕구가 크지 않은데, 고유정은 직접 그런 요구를 하고 실행에 옮기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개명을 통해 현재 결혼생활에 대한 불안감을 차단하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고유정이 체포된 지 30일이 지난 현재까지 시신을 전혀 발견하지 못한 것을 놓고 경찰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이 범행 이틀 뒤인 지난달 27일 고유정이 펜션 인근 두 곳에 종량제봉투 4개를 나눠 버린 사실을 파악하고도 유족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을 두고도 비난이 일고 있다. 경찰이 종량제봉투의 수거 경로를 파악해 수색에 나섰을 때는 이미 봉투 내 물체가 소각돼 감식이 어려운 상태였다.

제주=최경호·최충일·편광현 기자, 청주=최종권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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