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은 양자 회담에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추가 관세부과를 당분간 하지 않고, 무역협상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관세 전쟁 자제를 결단했지만, 핵심 쟁점을 타결할 긍정적 신호가 나오거나 돌파구가 마련된 것은 아니다. 협상이 재개돼도 난항이 전망되는 이유다. 미·중 무역분쟁은 지난 5월 9∼1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협상이 합의 없이 끝나면서 격화됐다. 미국 정부는 5월 10일 0시 1분(현지시간) 이후 중국에서 출발하는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렸고, 중국은 사흘 뒤 미국산 600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5∼10%에서 10∼25%로 인상하겠다면서 반격했다. 나아가 미국은 추가로 3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제품에 최고 25% 관세부과를 위협해왔다.
1, 2위 경제 대국인 미·중이 무역 전쟁을 벌여 두 나라 산업생산이 감소하면 양국과 교류하는 세계 각국의 경제가 타격을 받는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내년 세계 총생산이 530조원 감소할 것이라는 게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이다. 미국이 중국에 추가관세를 부과한다면 전체 수출 중 4분의 1을 중국에 수출하는 한국은 부정적 여파가 가장 큰 나라로 분류된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한국의 수출 타격은 이미 가시화됐다. 4월에 -2.0%였던 수출 감소 폭은 5월에 -9.4%로 확대됐다. 특히 대중 수출 감소 폭은 5월 -15.9%에서 6월 1~20일 -20.9%로 커졌다.
이번 미·중 무역 휴전은 그야말로 미봉에 불과하다. 양국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봐야 한다. 주요 2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을 눌러 유일 강대국 지위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패권적 움직임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기술 굴기를 막으려는 최근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일례에 지나지 않는다. 미·중 고래 싸움의 틈바구니에 낀 한국은 장·단기 대응을 병행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지원하고, 장기적으로는 수출 지역 다변화, 수출·제조업에 편중된 산업 구조 개편 등으로 외부 리스크를 견디는 내성을 키우는 경제 체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비단 미·중 갈등이 아니더라도 세계 경제 전쟁터에서 보호주의는 수시로 고개를 내밀 수 있다. 내수시장을 활성화하고, 우리 경제 규모와 비교하면 현저히 떨어지는 서비스 산업의 규모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체계적인 방안을 세워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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