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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도쿄의 책갈피]외로운 현대인들의 부탁이란…그저 가만히 옆에 있어 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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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하고 살 수 없나요?

경향신문

〈렌탈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의 아무것도 안 한 이야기〉


일본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소셜미디어는 라인과 트위터다. 소셜미디어로 돈을 벌 수는 없을까? 누구나 한 번쯤 그런 생각을 해 봤을 것이다. 일본 트위터에서 가장 총애를 받은 인물은 다름 아닌 작가 쓰지 히토나리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 등으로 국내팬도 많은 그는, 프랑스에서 혼자 아들을 키우며 도시락 사진을 투고해 큰 화제를 모았고, 도시락과 아이 키우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으며 그 글들을 모아 <아들에게 선물하는 말>이란 책으로 묶어 펼쳐냈다. 물론 그는 트위터를 하기 전부터 유명인사였다.

반면, 트위터를 시작하면서 트위터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인기를 모으는 이들도 있다. 이를테면 ‘렌탈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도 그중 하나다. 1983년생인 그는 기혼자이며, 한때는 편집일을 했지만 결국 퇴사를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그러나 집 안에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시간과 자기 자신을 대여하기로 했다. 무료로 말이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아무것도 안 하는 자신을 빌려 드린다’는 기상천외한 글을 올렸고, 지난 한 해 동안 1000여명이 그의 서비스를 이용했다.

그는 교통비를 받고 다양한 곳으로 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보냈다. 실제로 그가 한 일들은 이사 가는 사람 외롭지 않게 손 흔들어주기, 지방 도시에서 올라온 청년과 도쿄 거리 함께 걷기, 약속을 깬 친구 대신 콘서트에 동행해주기, 같이 식사해주기 등이다. 어떤 만화가는 그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서 만화를 그리는 동안 옆에서 지켜봐달라고 의뢰를 하기도 했으며, 어떤 여성은 병원에 병문안을 와달라고 했고, 어떤 남성은 신주쿠교엔에서 낮잠을 자고 싶은데 혼자 자면 무서우니 옆에 있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치질 수술 동행, 재판 방청 동행 등 의뢰는 각양각색이다. 공통점은 그저 가만히 옆에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그는 지난 2년간 17만2000여명의 팔로어를 모았으며, 얼마전 펴낸 <렌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의 아무것도 안 한 이야기>는 각 서점의 베스트셀러로 꼽히고 있다. 지난 4월20일에 발매된 지 한 달도 안되어 3쇄를 찍었다고 한다. 더불어 만화로도 각색되어 연재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트위터에는 그를 따라하는 어카운트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저마다 외로운 사람들이 친구나 가족에게 부탁하기 어려운 일을 ‘렌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부탁한다. 낮잠 자는 걸 지켜봐달라는 부탁을 아는 사람에게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 이해할 만하다. 그는 교통비 이외에는 받은 것이 없지만, 책도 발간하고 만화까지 나온 트위터의 인기 스타가 되었다.

지난 5월 일본의 연호는 ‘레이와’로 바뀌었다. 연호뿐만 아니라 시대가 사실상 바뀌고 있다.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일까? 일하다가 과로사라도 하게 된다면 그 책임은 회사에 있을까, 개인에게 있을까, 사회에 있을까? 인구 부족과 고착된 경제 상황을 겪으며 수많은 고민들이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일까? 아무것도 안 하고 살 수는 없을까? 그게 그렇게 나쁘기만 한 일일까?

최선을 다하라고 요구하는 사회에서 용감하게 아무것도 안 하는 인생을 택한 ‘렌탈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은 아이디어와 실천 정신으로 모두가 부러워하는 성과를 낳았다.

김민정 | 재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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