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마다 거론...미중 무역갈등 속 한국 압박 카드
“민감→사드→사드→민감→유관 문제” 표현 바꿔 압박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추가 배치가 임박한 가운데 5일 오전 기존에 사드 발사대 2기가 임시 배치된 경북 성주골프장에서 중장비가 동원돼 추가 배치를 위한 준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미군 관계자들이 추가로 배치되는 발사대를 놓을 사각의 공간을 만드는 모습이 보인다. 성주=프리랜서 공정식 / 2017.09.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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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한국이 두 나라 사이의 유관 문제를 계속 중시하고, 원만히 잘 처리하길 희망한다.”
28일 중국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면에 한·중 정상회담을 보도하며 ‘유관 문제’를 강조했다. 중국중앙방송(CC-TV)은 전날 일본 오사카 웨스틴 호텔에서 회담이 끝난 뒤 2시간이 채 안 돼 같은 내용을 전했다.
‘유관 문제’는 2017년 10월 31일 한국이 미사일방어(MD) 구축,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인정한다며 체결한 이른바 ‘3불 합의’로 ‘봉인’됐다고 주장해 온 사드 문제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27일 사드를 언급하며 “해결방안이 검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신 청와대 공식 브리핑에 사드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중국이 문재인 정부가 주장하는 ‘봉인’을 무시하고 정상회담에서 사드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7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들어 첫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특사가 전한 친서에 한중관계를 개선 발전시키고, 민감한 문제를 원만히 처리하겠다는 적극적 의지를 밝혔다. 나는 이를 높이 평가했다”며 ‘민감한 문제’로 사드를 에둘러 표기했다. 하지만 10·31 합의에 서명한 지 보름도 안 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2차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사드 불만을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당시 중국 공식 회담 결과문은 “시진핑은 중국의 ‘사드’ 문제에 대한 입장을 거듭 밝혔다”며 “역사에 책임을 지고, 중·한 관계에 책임을 지고, 양국 인민에게 책임을 지는 태도로 역사의 시험을 감당할 정책을 내놔야 한다”며 훈계조로 질타했다. 당시 청와대 공식 브리핑은 시 주석이 10·31 합의에 대해 “새로운 출발이고 좋은 시작”이라고 평가했다고 중국 측과 180도 다른 평가를 내놨다.
시 주석의 사드 집착은 2017년 12월 문 대통령의 첫 국빈 방중 때에도 드러났다. 당시 청와대는 회담 후 “3번의 정상회담 중 사드와 관련된 발언이 가장 간략하게 언급됐다”고 평가했다. 중국 측은 “시진핑은 중국의 ‘사드’ 문제에 대한 입장을 거듭 밝히고, 한국이 이 문제를 계속해서 원만히 처리하길 희망한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1월 파푸아뉴기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열린 4차 회담에서 사드는 1차 회담 수준으로 돌아갔다. 중국이 “민감한 문제를 계속 원만히 잘 처리해야 한다”는 언급에 그치면서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당시 브리핑에서 사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223일 만에 오사카에서 문 대통령을 만난 시 주석은 다시 사드 해결을 촉구했다. 대신 사드를 “유관 문제”로 지칭했다. 다섯 차례 정상회담 가운데 가장 완화된 표현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시 주석이 사드를 언급하자 문 대통령은 “그렇기 때문에 비핵화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대통령의 언급은 사드에 앞서 비핵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두 사안이 같이 연동될 수 있다는 정도의 언급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이 화웨이(華爲) 퇴출 동참을 강요하는 가운데 현 정부가 ‘봉인’을 주장하는 사드를 시 주석이 집요하게 고집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의 한가운데 놓인 한국이 미국과 분쟁에서 사드를 지렛대 삼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북한 비핵화와 대북 제재 해제 등 현안이 켜켜이 쌓인 미국을 상대로 사드 카드가 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 정부의 남은 과제는 시 주석의 한국 답방이다. 임기 안에 시 주석이 한국을 방문해 발표할 공동성명이나 보도문에서 사드가 과연 ‘봉인’될지 주목된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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