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다쳐도 못 쉬는 집배원들…휴가 사용은 '1년에 5.8일'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전CBS 김정남 기자

노컷뉴스

달리던 오토바이와 함께 넘어지며 얼굴뼈가 골절되고 손과 다리의 피부도 찢어지는 부상을 입은 맹모(49) 집배원. 맹 집배원은 올해 초에도 근무 중 교통사고로 어깨와 허리를 다쳤는데, 완전히 낫지 않은 상태로 복귀했다 또 부상을 당했다. (사진=김정남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 언제 퇴원해도 된다 말을 안 해주네요."

세종시 면 지역이 근무지인 맹모(49) 집배원은 얼마 전 달리던 오토바이와 함께 넘어지며 얼굴뼈가 골절되고 손과 다리의 피부도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맹 집배원은 올해 초에도 근무 중 교통사고로 어깨와 허리를 다쳤는데, 완전히 낫지 않은 상태로 복귀했다 또 부상을 당했다.

"제가 오른쪽 손에 힘이 안 들어가거든요. 어깨 때문에... 갑자기 뒷바퀴가 흔들리는데 손에 힘을 못 주니 그대로 전복이..."

몸도 성치 않은 상태로 복귀를 서두른 배경에는 자신의 일을 대신 짊어져야 하는 동료들이 있었다.

시 외곽지역을 맡고 있는 맹 집배원은 하루 평균 70~80㎞, 배달물량이 몰리는 날에는 하루 120㎞를 달린다고 했다.

맹 집배원이 자리를 비우면 고스란히 동료 직원이 대신해 달려야 한다.

맹 집배원은 "제 몫을 다른 분이 가져가면 그분이 밤 10~11시에 퇴근을 해야 하는데 그분에게도 부담이 되고 저도 팀원들에게 미안하니까 더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인력 보충은 안 되고 남은 직원들이 배달물량을 떠안다보니 쉬는 직원도, 남은 직원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올해만 두 번째 큰 부상을 입고도 퇴원일을 재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웬만하면 참고 일하는 분들이 많아요. 피로하다 해서 쉬시는 분들이 없어요. 자기가 쉬면 다른 사람이 그걸 더 맡아야 하니까... 그러다 병을 더 키우는 경우도 있고..."

깁스를 한 채로 배달을 하러 나오는 동료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참고 일하다 병을 키우고, 누군가는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에 또 병을 키우게 된다.

최근 숨진 충남 당진우체국 강모(49) 집배원 역시 이 같은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정사업본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집배원의 평균 휴가(연가) 사용 일수는 1년 중 평균 5.8일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해 이듬해 우정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0% 이상이 '동료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서'와 '업무량 과중'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다쳐도, 아파도 쉴 수 없는 집배원들의 분노는 다음달 9일 우정 사상 첫 총파업 결정에 고스란히 담겼다.

우정노조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집배원 증원과 완전한 주 5일제 시행 등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총파업 찬반 투표에서는 무려 93%가 찬성 의견을 밝혔다.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