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패션 시장이 위기를 맞은 것은 사실이지만 강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국내 섬유·패션 매출 17%, 수출 21%, 고용 26%를 차지할 만큼 영향력도 상당하다.
최윤내 옷딜 대표는 "동대문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보통신기술(ICT)과 해외 진출에 대한 적절한 지원이 있으면 동대문은 K패션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동대문을 유통 시장이라고만 생각하는데, 사실 가게 하나하나가 생산기업이라고 보면 된다"며 "동대문의 진정한 파워는 디자이너들과 봉제공장의 유기적인 생태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광저우 등에 비해 가격 경쟁력은 밀릴 수 있지만, 한국만의 디자인 감각과 의류 제조 노하우가 있다는 것이다.
정연미 패브릭타임 대표도 원단 역시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해볼 수 있는 분명한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그는 "국내산 원단은 중국산에 비해 품질이 뛰어나고, 동대문 원단 시장의 지리적인 조건 덕분에 물류 효율도 좋다"고 말했다.
특히 동대문 원단 시장은 최소 주문 수량이 낮아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소규모 '독립 디자이너'들을 상대로 원단을 판매하기에 딱 맞는다고 전했다.
현재 동대문에는 이 같은 원단 가게가 3000곳 정도 밀집돼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일했던 김동진 이스트엔드 대표는 "2012년 4분기에 삼성이 갖고 있던 스마트폰 라인업이 600개 정도였는데, 동대문에 오니 3만개 정도 되는 회사가 각기 600개 이상의 제품을 갖고 있었다"며 "동대문은 그 자체로 자산이 어마어마한 시장"이라고 했다.
실제로 전문가들도 동대문 패션 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
동대문은 패션의류의 모든 가치 사슬(소재-생산-유통)이 집적화한 곳으로, 생산 경쟁력이 매우 높다.
이는 전 세계 유일의 QRS(Quick Response System)로 다품종 소량 생산에 유리한 구조다.
실제로 동대문에서는 제품 기획에서 판매까지 이르면 2일 안에 가능하다. 기획에서 판매까지 통상 일반 브랜드는 6개월,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 '자라'도 2~3주가 소요된다.
정보기술(IT)과 패션을 융합한 기술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보디스캐너를 활용한 3차원(3D) 가상 착용, 온·오프라인 피팅 서비스 등을 도입했다. 또 올해 4월에는 24시간 내(주문~생산)에 개인 맞춤옷이 탄생하는 '위드인24' 시스템을 구현했다.
패션·문화·관광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진병호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패션대학 교수는 "동대문은 모든 패션 인프라스트럭처가 한곳에 모인 훌륭한 클러스터로, 패스트패션을 키울 수 있는 매우 좋은 플랫폼"이라며 "한국이 강점인 IT에 글로벌 생산·판매 시스템을 입히면 동대문 시장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신현규 기자 /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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