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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강한 놈', '질긴 놈' 만 살아남는 갯바위의 '극한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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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는 갯바위, 당신은 나를 사랑하는 파도, 어느 고운 바람 불던 날, 잔잔히 다가와, 부드러운 손길로 나를 감싸고, 향기로운 입술도 내게 주었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가요 <갯바위>의 가사 중 앞부분이다. 바닷물이 들고 남에 따라 드러나는 해안가의 갯바위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낭만적인 것으로 인식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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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환경의 갯바위 위에서도 목숨을 이어가는 따개비. 해양수산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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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갯바위는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다. 아니 ‘강한 놈’, ‘센 놈’, ‘질긴 놈’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극한의 세계’라고 말하는게 나을지 모른다.

갯바위는 사시사철 강한 파도에 노출되는 게 특징이다. 한겨울에는 갯바위를 적신 바닷물이 금방 얼어붙기도 하고, 한여름에는 표면온도가 40℃까지 상승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그 어디에 비해서도 혹독한 환경이라는 얘기다.

해양수산부는 이 극한의 갯바위에서 서식하는 여러 생물의 형태·생태·분포 등을 종합정리한 자료집 <우리나라 갯바위 생태계>를 25일 발간했다. 갯바위의 생태를 정리한 자료집이 나온 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이다. 이 책자에는 우리나라 해안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갯바위 서식생물 214종의 모습과 생존전략은 물론 생태계의 특징, 물리·화학적 환경 등을 상세하게 담고 있다.

이 자료집에 따르면 갯바위에 서식하는 생물은 심해나 극지환경에 서식하는 생물에 버금가는 강한 내성과 다양한 생존전략을 갖고 있다.

우리가 갯바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따개비다. 이 따개비는 스스로 시멘트 물질을 분비해 ‘벌집구조’로 된 강한 껍데기를 만듦으로써 파도를 이겨낸다. 그 어떤 생물보다 ‘강하고 질긴 놈’이라는 얘기다. 따개비는 특히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수분이 공급돼도 생존이 가능할 정도로 내성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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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사’라는 일종의 섬유다발을 만들어 갯바위에 강하게 붙어 목숨을 유지하는 홍합. 해양수산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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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바위를 유심히 보면 담치류인 홍합이 많이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홍합은 ‘족사’라는 비장의 무기를 이용해 갯바위의 거친 환경을 이겨낸다. 홍합은 이 족사라는 일종의 섬유다발을 만들어 갯바위에 강하게 붙어 목숨을 유지한다.

갯바위 아래쪽 구석진 틈이나 웅덩이를 살펴보면 비슷한 형태의 말미잘 수십마리가 무리를 지어 살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이 말미잘이 살아갈 수 있는 힘은 이 세상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생식능력’에서 나온다. 이 놈들은 자신들에게 적합한 환경이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에는 무성생식을 하다가, 생존에 적합한 환경을 감지하면 유성생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어떤 환경에서도 새로운 세대를 이어가는 생존 특성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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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바위 아래쪽 구석진 틈이나 웅덩이에서 무성생식과 유성생식을 번갈아가며 생존을 이어가는 말미잘. 해양수산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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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바위의 거친 환경과 거기서 살아가는 수 많은 생물의 강한 생존 본능은 가요 <갯바위>의 가사 중 중반에 나오는 다음 구절과 딱 어울릴 것 같다.

“세찬 비바람에 내 몸이 패이고, 이는 파도에 맺듯이 부서져도….”

해수부 관계자는 “갯바위 생태계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해안에 형성돼 있으며, 갯바위와 그 인근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양수산부와 해양환경공단은 ‘국가 해양생태계 종합조사’ 결과를 토대로 제작한 <우리나라 갯바위 생태계> 책자를 전국 지방해양수산청, 갯벌방문객센터, 주요 연구기관 등에 비치하고, 일부 내용은 ‘바다생태 정보나라’ 홈페이지(www.ecosea.go.kr)에 게재할 예정이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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