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노조의 파업 위기는 이미 예고됐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집배원 사망이 이어지자 우정본부 노사와 민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은 지난해 10월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비해 정규직 집배원 2천명 증원 등 개선대책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올해에 1천명을 늘리고 이후 단계적으로 나머지 인원을 확보하라고 권고했다. 노사는 토요 배달 폐지에도 합의했었다. 기획추진단은 집배원의 연간 노동시간이 2017년 2천745시간으로 한국 임금노동자 평균(2016년 2천52시간)보다 693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016년 1천763시간)보다 982시간 길다고 지적했었다. 그러나 올해 1천명 증원 예산이 국회에서 삭감당했고 우정본부는 우편 사업 적자를 이유로 증원할 엄두를 못 내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했다. 결국 예산 문제인데 더는 일방적인 희생이 없도록 이젠 고통을 분담하는 대책을 만들어내야 한다.
집배원의 장시간 노동 문제는 단순 노사 현안을 뛰어넘는다. 노조는 노사가 합의한 약속을 지키라는 것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내막은 훨씬 복잡하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우편 물량이 크게 줄고 그에 따라 수익구조도 악화해 올해 처음으로 현금수지 적자가 예상되지만 필수 공공 서비스라서 함부로 요금을 올리거나 조직을 축소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우편 물량은 감소했지만 1인 가구의 증가로 집배원들의 동선이 복잡해져 일이 더 고되다고 한다. 단순히 수익과 지출의 셈법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사안이다. 집배원들이 처한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사회적 합의와 정부 차원의 적극 개입이 필요한 이유다. 우정본부는 우편 서비스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파업이란 극단적인 선택이 없도록 노조와의 합의안 도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우정본부 노사와 정부는 합리적인 선에서 절충안을 끌어내는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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