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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세종풍향계] 10년만에 나온 '6개월 차관', 당황스러운 기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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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회전문 인사로 ‘역대 두번째 단명 차관’ 타이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세법개정안 차질 빚을 가능성

지난 주말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이호승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이 2008년 기재부 출범 후 역대 두번째 단명 차관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지난해 12월 청와대 일자리기획비서관에서 기재부 1차관으로 승진한 이호승 수석은 지난 21일 청와대 경제수석에 임명됐다. 정부의 거시경제·외환·조세 정책 실무를 총괄하는 기재부 1차관 재임기간을 6개월만에 끝낸 것이다. 이 수석의 차관 재임기간은 2008년 기재부 출범 후 1, 2차관을 역임한 18명의 평균 재임기간(1년4개월)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이 전 차관을 경제수석으로 기용하는 회전문 인사 때문에 경제 총괄부처인 기재부가 적잖은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기재부 등에 따르면, 옛 재정경제부와 옛 기획예산처가 통합돼 출범한 기획재정부가 출범 이후 최단명 차관은 초대 1차관인 최중경 전 차관(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다. 기재부가 탄생한 2008년 3월 취임해 같은해 7월 차관직을 그만뒀다. 차관 재임기는 4개월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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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임기간이 6개월 이하로 ‘단명’ 기록을 갖고 있는 전직 기재부 1차관/기재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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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강만수 전 장관의 재임 시기에 불거졌던 고환율 논란의 유탄을 맞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수출 경쟁력을 위해서는 환율 수준이 중요하다’는 취지였던 강 전 장관의 발언이 환율 폭등을 초래해 중소기업들의 ‘키코(KIKO)’ 피해를 유발했다는 논란이 일어나자 외환정책을 담당했던 최 전 장관을 대신 경질했다는 게 대체적인 인사평(評)이었다.

이호승 수석과 함께 역대 공동 2위 단명 기록을 가지고 있는 인물은 2대 1차관이었던 김동수 전 차관(전 공정거래위원장)이다. 최 전 장관의 후임으로 2008년 7월 임명된 김 전 위원장은 이듬해 1월 기재부 산하 기관인 수출입은행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당시 허경욱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전 OECD 대표부 대사)에게 1차관 자리를 물려줬다. 이호승 수석의 임명 소식이 전해지자 기재부 안팎에서 10년만에 6개월짜리 차관이 나오게 됐다는 반응이 나온 이유다.

‘6개월짜리 단명 기재부 차관’은 정치 논란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인 김광림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1948년 재무부에서 출발해 지금의 기재부가 있기까지 70년 역사에서 104명의 차관이 있었지만, 6개월만에 교체된 사례는 대부분 60~80년대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필요하다면 차관 쯤이야 데려와 쓸 수 있다는 인사이며, 이호승 수석도 자신의 정책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차관 자리를 떠나게 됐다"고 했다.

정치 논란과 별개로 다음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하경방), 세법개정안 발표 등을 준비하고 있는 기재부 실무진들도 느닷없는 차관 교체에 당황하고 있다.

특히 수정 경제전망과 주요 경제정책 기조를 발표하는 하경방은 기재부 1차관이 총괄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 인사로 인한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경방에 들어갈 정책 아이템을 최종 감수하고 청와대와의 조율을 책임지는 1차관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하경방은 이후 발표될 세법개정안과 내년 정부 예산 편성안의 기준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번 1차관 교체 인사가 적잖은 혼선을 일으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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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 위치한 기획재정부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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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호승 수석의 후임 1차관 인선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임명을 계기로 정부 경제팀 개편이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총선에 출마할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교체시기가 당초 예상됐던 8월에서 7월로 앞당겨지고, 개편 폭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수현 전 정책실장과 함께 2기 경제팀을 이끌었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개편 대상에 오를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런 이유로 이 수석의 후임 1차관 인선은 경제팀 개편 내용과 연계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재부 1차관 공백이 길어지면 7월 하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1차관 후임 하마평에 기재부 내부 인사들이 거론되지 않는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재 후임 1차관으로는 송인창 아시아개발은행(ADB) 상임이사(행정고시 31회), 정무경 조달청장(행시 31회), 차영환 국무조정실 2차장(행시 32회)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모두 기재부 출신이지만 현재 외부에 있기 때문에 1차관으로 즉시 투입될 경우 하경방과 세법개정안 실무를 진두지휘하기에는 부담을 느낄만한 공백이 있다는 게 기재부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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