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주주행동주의가 확산되면서 국내 상장기업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경영권 방어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다만 과도한 경영권 방어장치에 대한 견제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따르면 전체 상장사 가운데 정관에 경영권 방어조항을 채택한 기업은 총 342개사로 전체 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코스닥시장 상장사가 274개사,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60개사다.
박동빈 연구원은 "업력이 짧을수록, 대주주 지분율이 낮을수록, 자산총액 규모가 작을수록 경영권 방어조항을 도입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현재 기업들은 경영권 위협에 노출된 상태다. 현대자동차는 미국계 행동주의펀드 엘리엇의 반대로 지배구조 개편이 지연되고 있고, 한진그룹은 국내 행동주의펀드 KCGI의 도전을 받고 있다. 주총때 마다 치열한 표대결이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 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는 경영권 방어 수단은 선진국에 비해 미비한 수준이다. 현재 경영권 방어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은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해 지분율을 높이는 것과 지분율이 5%를 넘거나 보유비율이 1% 이상 변동되는 등의 경우 의무공시를 하는 것 등에 불과하다.
게다가 국회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에는 대주주의 경영권을 약화시키는 조항들이 있다. 정치권이 제출한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이 담겨 있다.
이 중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이사의 수만큼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어 소수주주 권익 제고보다 외국계 투기자본의 경영권 간섭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게 재계 주장이다. 또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경영권 간섭을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현행 상법은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한 후 선임된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회 위원을 선임하는 일괄선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 대주주는 선진국 수준의 경영권 방어수단을 법제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계 측은 "선진국과 같이 차등의결권, 포이즌 필(기존 주주들에게 회사 신주를 싸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제도) 등 다양한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경영권 방어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과도한 경영권 방어장치에 대한 견제도 필요하다.
박동빈 연구원은 "황금낙하산 규정을 도입한 기업에서 적대적 인수 시 지급될 퇴직금 규모는(대표이사 기준) 최저 5억원에서 최대 500억원에 달했고, 퇴직금의 100배와 같은 규정을 두기도 했다. 특히 퇴직금으로 산정한 기업의 43%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 자산을 초과하는 수준이었다"면서 "해당 규정이 과도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이용될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손엄지 기자 sonumji301@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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