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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애니멀호더 방지법?…질병·상해 없으면 처벌 못해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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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대자 또 동물 키울 수 있어"…소유권 제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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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청과 동물권단체 하이는 견주를 설득해 집에 방치돼 있던 개 6마리를 구조했다. (사진 동물권단체 하이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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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 지난달 20일 동물권단체 하이는 강동구청 동물보호 주무관으로부터 한 통의 연락을 받았다. '집에서 개 짖는 소리와 냄새가 나는데 사람이 없는 것 같다'는 연락을 받고 간 그곳엔 개들만 방치돼 있었다. 어렵게 견주와 연락이 닿았지만 개들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했다. 현행법상 지방자치단체는 피학대 동물의 긴급 '보호조치'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명확한 동물 학대를 입증해야만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다. 다행히 견주를 설득하는데 성공해 필요한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반려동물에게 사육공간 제공, 위생·건강관리 의무 등을 다하지 않았을 때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이 개정됐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동물이 상해나 질병이 없으면 사육 환경이 나쁘다고 해서 처벌하는 것이 불가능해서다. 또 학대자의 소유권을 제한·박탈할 수 있는 근거도 없는 실정이다.

조영수 동물권단체 하이 공동대표는 "집안은 수개월 동안 청소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고, 개들은 마른 상태로 보호가 필요했지만 동물보호법에서 규정한 '동물학대'를 입증하기는 애매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일시 격리한다고 해도 견주가 소유권을 주장하고 보호비를 내면 언제든지 돌려줘야 한다"며 "이 때문에 견주를 설득해 소유권을 포기 받는 것이 최선이다. 현행법상 동물학대자의 소유권을 제한, 박탈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소유권 포기를 받지 않으면 재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애니멀 호더 방지법?…상해나 질병 없으면 처벌 못해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해 2월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개, 고양이 등의 동물에게 최소한의 사육공간 제공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사육·관리 의무를 위반해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시킬 경우' 학대행위'로 간주해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

그동안 고의성이 없으면 동물이 질병에 걸려도 처벌하지 못했던 것과 달리, 최소한의 사육시설 또는 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아 질병에 걸릴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 때문에 막연히 동물의 수를 늘리며 방치하는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를 처벌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확산됐다. 하지만 상해나 질병이 없으면 학대로 인정되지 않아 여전히 피학대 동물의 구조를 어렵게 하고있다.

또 동물학대자의 동물 소유를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견주가 보호비용을 지불하고 반환을 요구하면 피학대 동물을 다시 돌려줘야 한다. 결국 학대자가 또 다른 동물을 소유할 수 있는 등 본질적 문제가 남아있어 무용지물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로 인해 실제 지난 15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논란이 된 펫숍에 방치돼 있던 동물들은 한 동물 봉사단체에서 매입을 통해 구조했으며, 지난해 7월 4마리가 사체로 발견된 제주도 서귀포시 가정집에서 긴급보호 조치됐던 37마리는 견주에게 다시 돌아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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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동물친구들에 따르면 개들을 긴급격리 조치했던 서귀포시는 동물보호 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들을 견주에게 되돌려 보냈으며 경찰은 해당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사진 제주동물친구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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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해외에선 '방치(neglect)'도 하나의 동물학대 유형으로 규정하고 엄격히 처벌하고 있으며, 관련 법안을 더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제78호 최신 외국입법정보에 따르면 미국 주(州)법률의 예시인 플로리다주는 단지 '불필요하게' 동물을 과로시키거나 고통을 주거나 필요한 음식이나 쉼터를 주지 않는 행위만으로도 동물학대로 처벌한다. 영국은 보호되는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합리적으로 고통을 피하거나 감소시킬 수 있는지의 여부)을 주는 것도 범죄행위로 규정해 처벌한다.

호주 의회는 최근 반려견을 24시간 이상 산책을 안 시킬 경우 최고 4000 호주달러(약33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며, 홍콩 정부는 반려동물이 아플 때 병원에 데려가지 않거나 예방 접종을 하지 않을 경우, 반려동물에게 깨끗한 물이나 균형 잡힌 영양분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뿐만 아니라 학대 정황이 있으면 공무원이 개인의 주택이나 차량 등에 진입해 동물을 구조할 수 있도록 하고, 동물학대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일정 기간 또는 영구적으로 동물을 키우지 못하도록 하는 권한을 법원에 부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애니멀 호더에 대해서는 처벌 이전에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의 일부 주는 정신과 의사와 협업을 통해 해결하며, 호주에서는 반려동물을 4마리 이상 키울 경우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애니멀 호더 문제가 발생하면 국가에서 동물을 모두 압수해 소유자는 향후 동물을 키우지 못하도록 조치하며,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한 사람이 개를 3마리 이상 키울 수 없다.

박주연 동물권연구단체 피앤알(PNR) 공동대표 변호사는 우리나라도 동물 소유자에 대한 자격을 제한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 변호사는 "학대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궁극적으로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해결책은 동물의 소유, 관련 영업을 아무나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이라며 "소유자로 하여금 동물을 소유하기 전 충분한 교육을 받도록 하거나, 학대전력 있는 소유자는 일정 기간 혹은 영구적으로 동물 소유나 관련 영업을 할 수 없도록 자격을 제한하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또 방치를 포함, 학대행위 발생 시 학대자로부터 소유권을 박탈시킬 수 있는 제도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며 "이러한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격리·보호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학대자에게 오히려 돈을 주고 동물을 사오거나 학대자에게 사정해서 소유권 포기를 받는 방법으로 학대받는 동물을 구조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해 4월 학대행위자의 소유권 상실 또는 제한에 대한 개정 법안이 발의 됐지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심사 단계에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소유자로부터 학대를 받아 적정하게 치료·보호받을 수 없다고 판단되는 동물에 대해서는 지자체 동물구조 담당자가 '학대 재발 방지를 위해 학대행위자로부터 격리 및 보호조치'할 의무가 있다. 또 동물이 죽은 경우에는 수사기관에 사체 부검을 요청할 수 있다. 미국 FBI는 이러한 '방치' 또한 심각한 동물학대로 인지하고, 동물보호단체 등을 통해 확보된 사체를 넘겨받은 뒤 부검 등을 실시하고 있다.
yeon737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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