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특별조사 중간결과 발표
“운전원 실수로 열출력 순간 급등
유사시 원자로 자동정지돼 안전
무자격자 근무 등 지침 어겨 문제”
한 달여 전 한빛원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4일 오전 전남 영광방사능방재센터에서 ‘한빛 1호기 사건’ 특별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원안위는 그동안 원전 사고 관련 처음으로 특별사법경찰관까지 투입해 특별조사를 진행해왔다. 이에 대해 사고 당사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소장 등 관련 책임자 3명을 즉시 직위해제까지 하면서도 “원안위 발표처럼 그렇게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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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새벽, 제어봉 그룹 사이에 2단계의 위치 편차가 발생했다. 또 이를 조정하고 다시 시험하는 과정에서 1개 제어봉에 12단계 편차가 생겼다. 52개로 구성된 제어봉은 모두 같은 높이로 상승·하강해야 하는데, 이상이 생긴 것이다.
손명선 원안위 안전정책국장은 “당시 근무자들이 이걸 해결하기 위해 제어봉을 한 번에 100단까지 인출한 것인데, 계획예방정비 기동 운전경험이 없는 운전원이 책자표를 잘못 읽어 계산을 실수하는 바람에 생긴 일이었다”며 “이 때문에 열 출력이 순식간에 18%까지 급등하고, 경보음이 울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운전원들이 즉시 제어봉을 삽입해 안정상태를 유지했다고 하지만, 열출력 제한치인 5%를 넘어 18%까지 급등한 경우 지침에 따라 원자로를 수동정지해야 했는데 이를 어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어봉을 한 번에 100단까지 올린 직원이 운전면허를 가진 사람이 아닌 무자격자였던 것도 문제였다. 이외에도 운전원의 경험 부족, 근무교대와 중요작업 전 회의 미실시, 새벽과 같은 취약시간대를 포함한 장시간 연속작업 실시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한빛 1호기는 실제로 얼마나 위험한 상황이었을까. 손 국장은 “한빛1호기와 같은 경수로는 시험 상황에서 열 출력이 25%까지 급상승하면 제어봉이 자동으로 내려가 정지되게끔 설계돼 있다”며 “한빛원전 직원이 설사 제어봉을 다시 삽입하지 않았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손 국장은 “물리적으로 위험한 상황이 아닌, 법과 규정상으로 심각한 사건이었다”면서도 “최악의 경우에 물리적 위험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0%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자력학회 소통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종순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한빛1호기 사건은 인적 오류가 발생해 법과 규정을 어긴 것이 핵심이지 원자로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데도 원안위가 문제의 심각성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측면이 있다”며 “인적 오류를 막기 위해 시스템이 마련돼 있는 것인데 이번 조사와 발표는 원전 안전을 넘어선 특정 의도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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