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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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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입 벌릴 때 턱 가장자리서 딱~딱? 이 갈고 악무는 버릇이 부른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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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관절 장애 원인·대처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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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씹기·하품하기·웃기가 가능한 건 턱관절 덕분이다. 턱관절은 하루에 2400~3000회 움직인다. 종일 쉴 새 없이 사용하다 보니 탈도 많다. 턱관절과 주변 근육 기능에 이상이 생겨 ‘턱관절 장애’를 일으킨다. 턱관절의 충격을 완화하는 디스크가 빠지거나 턱 근육이 뭉치고 염증이 생긴다. 방치하면 뼈가 손상되는 관절염이나 신경 문제로 번지는 만성 통증으로 악화할 수 있어 늦지 않게 치료해야 한다.

학원 강사인 최소정(38)씨는 2년 전부터 강의할 때마다 턱에서 종종 ‘딱딱’ 소리가 났다. 아침에 일어나면 턱이 뻐근한 느낌이 들곤 했다. 6개월 동안 증상이 간헐적으로 나타났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던 중 점심을 먹다가 턱이 빠진 후 입을 벌릴 때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병원에 가서 검사한 결과 ‘턱관절 디스크’였다. 의사는 최씨에게 “턱관절 디스크는 턱관절 장애의 하나”라며 “악화하면 입이 잘 안 벌어지고 뼈 손상이 진행될 수 있어 원인을 찾아 교정해야 한다”고 했다.

턱관절은 머리뼈와 아래턱뼈가 만나는 귀 앞 부위에 있는 관절로 턱 운동을 할 때 지렛대 역할을 한다. 귀 앞부분에 좌우 한 쌍이 있다. 턱관절 장애는 턱관절과 주변 근육에 이상이 생긴 근골격계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턱관절 장애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39만 명이 넘는다. 어깨·무릎 등 다른 근골격계 질환은 대부분 고령 환자가 많지만 턱관절 장애는 예외다. 환자의 약 44%가 20~30대 젊은 층이다. 20~30대가 씹는 힘인 저작력이 가장 센 데다 뼈 대사가 활발한 탓이다. 서울대치과병원 구강내과 정진우 교수는 “20~30대는 뼈가 잘 생성되는 만큼 손상도 잘 되기 때문에 턱관절 장애를 많이 호소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내원 환자의 44%가 20~30대


턱관절 장애는 관절과 근육 문제로 나눈다. 턱관절 디스크는 이 중 가장 흔한 관절 장애다. 턱관절을 둘러싼 디스크는 전후방으로 움직이며 충격을 흡수하는 조직이다. 이때 디스크가 얇아지거나 원래 자리를 이탈하면 관절 내부가 손상을 받으면서 통증이 발생한다. 디스크가 생기면 처음에는 턱에서 가끔 소리가 나고 통증이 발생한다. 그러다 악화해 관절 운동이 원활하지 못하면 입에 손가락 1~2개밖에 들어가지 못할 만큼 벌리지 못한다. 뼈마저 손상되면 뼈끼리 부딪쳐 모래 갈리는 소리가 난다. 결국 관절뼈가 닳아서 안면 비대칭이나 부정교합이 발생할 수 있다.

턱 근육(저작근) 장애는 근육을 둘러싸고 있는 얇고 투명한 막이 뭉치고 수축하는 근막 통증이 대표적이다. 근막 통증이 오래가면 근육에 심한 염증을 유발하고 신경 문제로 번지는 만성 근육통으로 악화한다. 특히 턱 주변에는 신경 다발이 밀집해 있다. 통증 신호는 턱을 거쳐 대뇌로 전달되는데 그 통로가 좁아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한다. 정 교수는 “턱관절·근육의 문제지만 어깨나 목, 치아, 머리 통증을 느끼는 사례가 흔하다”고 설명했다.

턱관절 장애는 외상을 제외하면 잘못된 습관이 주원인이다. 다른 질환처럼 종양·궤양 등 뚜렷한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나쁜 습관이나 버릇이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 악물기나 이갈이, 한쪽으로 씹기, 딱딱하고 질긴 음식 먹기 등 턱관절과 저작근에 하중이 실리는 습관이 가장 안 좋다. 경희대치과병원 구강내과 어규식 교수는 “턱을 괴면 턱 근육에 압력이 가해지고 이때 근육이 긴장하면서 머리·목·턱의 관절과 근육에 지속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도 유발 요인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경 말단에선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분비된다. 이 물질이 많이 분비되면 근막 안에는 근육의 수축을 유발하는 칼슘 이온의 양이 증가해 저작근이 뻣뻣해지고 긴장도가 높아진다.

입속에 스플린트 끼면 턱 하중 감소


턱관절 장애는 약물·물리 치료로 다스린다. 관절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소염제나 근육 이완제,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보톡스 치료를 많이 한다. 초음파나 전기침 자극요법 같은 물리치료도 활용한다. 이것만으로 치료가 잘 안 될 때는 구강 내에 착용하는 교정 장치인 ‘스플린트’를 권한다. 스플린트는 환자의 치아 배열과 턱관절·근육의 상태, 통증의 정도에 맞게 정밀하게 제작된다. 수면 중에 장치를 착용하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를 악물거나 가는 습관이 있는 환자는 턱에 가해지는 하중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수술 치료는 신중하게 고려한다. 입이 잘 안 벌어지는 개구장애 환자 중 보전적인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거나 골관절염이 심해서 뼈끼리 붙어버린 경우에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무엇보다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재발을 막기 위해선 잘못된 습관을 고치는 게 중요하다. 불필요하게 턱을 비틀거나 꽉 무는 습관, 엎드리거나 한쪽으로 누워서 자는 습관, 턱을 괴는 습관, 마른 오징어나 껌처럼 딱딱하고 질긴 음식을 자주 먹는 습관은 반드시 개선한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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