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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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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마이클 잭슨 괴롭힌 '백색의 공포' 쫓는 약물·광선 병용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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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증 바로 알기

중앙일보

백반증으로 인해 피부가 하얗게 변한 마이클 잭슨 의 생전 모습. [중앙포토]


10년 전 세상을 떠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은 전성기 시절 노래가 아닌 다른 이유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까만 얼굴로 ‘스릴러(Thriller)’를 부르던 그가 다음 앨범인 ‘배드(Bad)’를 내놓으면서 갑자기 백인처럼 피부가 하얗게 변한 것이다. 180도 달라진 피부색을 놓고 ‘박피 수술을 했다’ ‘표백제를 발랐다’는 식의 근거 없는 루머가 쏟아졌다. 사실 그의 피부색이 달라진 건 백반증이란 피부 질환 때문이었다. 피부의 색소 세포인 멜라닌 세포가 죽어 흰색 피부로 바뀌는 병이다.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남들과 다른 피부 탓에 환자 절반 이상이 정신적인 고통과 일상생활의 불편을 경험한다(대한백반증학회, 2016). 세계적인 스타였던 마이클 잭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1993년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자신의 병을 처음 고백하면서 “나에 대한 여러 소문으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털어놨다.

남녀노소, 신체 부위 불문하고 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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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증은 가족력·스트레스·외상·화학물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한다. 얼굴이나 손발, 몸통 등 신체 어느 부위에서나 나타날 수 있다.




백반증은 체내 면역 세포가 멜라닌 세포를 적으로 인식해 공격하면서 발생하는 일종의 자가면역 질환이다. 나이·성별, 신체 부위와 관계없이 언제 어디에나 나타날 수 있다.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이 크게 관여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가족력이 있어도 출생 직후부터 백반증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 우태하한승경피부과의원 한승경 원장은 “백반증은 유전적인 요인에 스트레스·외상·햇빛 등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부모가 백반증이 있다고 자녀에게 무조건 나타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어릴 때 보이는 흰 반점은 백반증이 아닌 탈색 모반(멜라닌 색소가 부족해 생기는 흰 점)이나 마른버짐일 가능성이 더 크다. 아주대병원 피부과 강희영 교수는 “이들 피부 질환은 백반증보다 색이 연하고 마른버짐의 경우 각질이 동반되는 특징이 있다”며 “병원에서 특수 장비를 활용한 검사(우드등 검사)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반증을 유발하는 요인에는 첫째, 과도한 햇빛이 있다. 화상을 입을 정도의 강한 햇빛이 면역 세포를 자극하고 염증 반응을 유도해 백반증을 일으킬 수 있다. 둘째, 외부 자극이다. 약해진 멜라닌 세포는 사소한 충격에도 쉽게 파괴된다. 백반증이 손발·무릎 등 뼈가 돌출된 부위에 잘 생기는 이유다. 꽉 조이는 신발과 벨트, 목걸이·시계 등 액세서리 역시 백반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셋째, 화학물질이다. 강 교수는 “염색을 한 뒤 헤어 라인을 따라 피부가 하얗게 변하면 백반증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말했다.

백반증이 ‘백색의 공포’라 불리는 이유 중 하나는 병의 진행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백반증은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에 따라 ‘분절형’과 ‘비분절형’으로 나뉜다. 분절형 백반증은 흰 반점이 신체 한쪽에만 국한돼 나타난다. 10대 미만에서 주로 발병하고 1~2년 내로 더는 커지지 않고 안정화한다. 문제는 전신에 걸쳐 발생하는 비분절형 백반증이다. 우리나라 환자 대다수가 비분절형 백반증을 앓는데, 처음에는 크기가 작아도 언제 어디까지 증상이 번질지 알기 어렵다.

백반증 치료법은 약물치료, 자외선·레이저 등을 이용한 광선 치료, 수술 등 다양하다. 약물은 과도한 면역·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면역조절제(칼시뉴린 억제제)와 스테로이드제제가 쓰인다. 먹는 약과 바르는 연고 등 다양한 제형이 개발돼 있다.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박민영 교수는 “나이가 어리고 증상 범위가 좁은 경우엔 바르는 연고만으로도 상당한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치료 서둘러 온몸으로 퍼지지 않게


광선 치료는 특정 파장의 자외선을 피부에 쬐어 파괴된 멜라닌 세포를 채우는 치료다. 치료 목적의 자외선 파장은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털 뿌리(모낭)의 멜라닌 세포를 피부로 옮겨 피부색을 되돌리는 효과가 있다. 엉덩이·허벅지 피부를 떼어 증상 부위를 덮는 표피 이식술은 재발 위험이 적은 환자(분절형 백반증이면서 1년 이상 증상이 퍼지지 않는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최근에는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초기부터 먹는 약과 바르는 연고, 광선 치료를 함께 사용하는 병용요법이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백반증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병용요법을 적용한 결과 3개월 만에 절반 이상(57%)에서 피부색이 75% 이상 회복됐다는 연구(대한피부과학회지, 2015)도 있다. 백반증 치료는 일찍 시작할수록, 얼굴·목 등 혈액순환이 잘되는 부위일수록 효과가 좋다. 강 교수는 “백반증의 초기 치료는 증상이 처음 나타날 때와 퍼지기 시작할 때를 아우르는 개념”이라며 “이미 백반증이 있어도 주변 부위가 흐릿해지거나 주변에 흰 반점이 새로 생길 때는 병이 악화할 위험이 커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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