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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미국, 민항기에 이란 상공 비행 금지 조치.. 유가도 하룻새 5% 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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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댛롸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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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무인기가 20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이란 혁명수비대(IRGC)에 의해 격추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각국 항공사는 이란 상공을 지나는 노선 운항을 중단했고, 호르무즈 해협 안전이 우려됨에 따라 국제유가가 치솟는 기세다. 일부에서는 미국과 이란간 무력 충돌이 일어날 경우 배럴당 유가가 100달러 선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20일 긴급 노탐(NOTAMㆍ정부가 항공기의 안전운항에 대한 정보를 관련자와 업계에 알리는 통지문)을 발표했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등 테헤란 비행정보구역(FIR) 안으로 미국 항공기들의 진입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공항에서 인도 뭄바이 차트라파티시바지공항으로 가는 항공편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항공사 측은 “인도 지역 서비스의 안전과 안정성을 검토한 결과”라고 전했다. 영국의 브리티시항공과 네덜란드 KLM, 호주의 콴타스 항공과 싱가포르의 싱가포르 항공도 호르무즈해협 상공을 우회하기로 결정했다.

항공 안전 관련 정보를 발표하는 OPS그룹에 따르면 드론 격추 당시 민간 항공기들이 사고 현장 인근을 비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OPS그룹이 공개한 당시 항공 상황 지도에는 인천공항을 출발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에미레이트 항공 소속 에어버스 A380 항공기도 무인기 피격 시점에 사고 현장 인근을 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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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무인기 격추 당시 주변 공역 항공기 운항 상황. 지도 윗쪽에 인천공항(ICN)을 떠나 아랍에미리트 두바이국제공항(DXB)로 향하는 에어버스 A380-800 여객기의 항적이 보인다. OPS그룹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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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지역에서 민간항공기의 격추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공교롭게도 사고 사례에는 이란과 미국이 관련되어 있다. 게다가 사고 장소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호르무즈해협 상공이다. 이란-이라크 전쟁이 막바지로 접어들던 1988년 7월 3일 승객 274명과 승무원 16명 등 290명이 탑승하고 있던 이란항공 소속 에어버스 A300 여객기가 미 해군 빈센스함이 발사한 미사일에 맞아 격추돼 승객 전원이 숨졌다. 미국 측은 당시 민간 항공기를 이란 공군의 F-14 전투기로 오인해 격추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무인기 격추에 대해 “이란이 매우 큰 실수를 했다”고 비판하자 국제유가는 일제히 상승했다. 20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5.4% 오른 배럴당 56.6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하루 기준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8월물 브렌트유도 2.63달러(4.25%) 상승한 배럴당 64.45달러로 마감했다.

국제유가의 흐름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 상황이 무력충돌로 이어지는 경우엔 그 정도에 따라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20일 미국 경제 전문 방송인 CNBC에 따르면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중동에서 무력분쟁이 발생하면 공급에 타격을 주면서 국제유가가 오를 것이라고 내다 봤다.

헨리 롬 컨설팅 기업 유라시아그룹 선임 애널리스트는 “중동 내 국지전도 원유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걸프만 외에도 불안정을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롬은 “국지전 발생 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수 있고 중대한 분쟁이 발생할 때는 15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미국 공화당계 정책연구소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아랍 문제 전문가 마이클 루빈도 “원유는 이전에도 배럴당 100달러였던 적이 있다”며 “충돌이 발생하면 실제 가격은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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