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美기업 등 CEO들 만나
美 USTR대표 “中과 만나 대화”… 트럼프 “러-中과 잘 지내고 싶다”
리 총리는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화학기업 다우, 배송업체 UPS, 제약회사 화이자, 숙박체인 하이엇호텔, 복합 제조업체 하니웰 등 ‘주식회사 미국(corporate America)’을 대표하는 경영자들을 만났다.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 호주 광산업체 BHP그룹, 핀란드 통신업체 노키아, 브라질 광산업체 리오틴토 대표 등도 동석했다.
리 총리는 이 자리에서 “중국은 더 많은 외국인 투자를 환영한다. 시장친화적이고 법률에 근거한 국제적 사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분야에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투자를 위한 거대한 시장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며 “세계 통상과 경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리 총리가 외국 경영자들을 만나 시장 개방 및 규제 완화를 약속한 것은 무역갈등 격화 후 내내 유지해 오던 강경한 태도와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이달 초 중국 정부 관계자는 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 마이크로소프트(MS)와 델 관계자들을 불러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제재 등 최근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대중 압박에 동참하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경고했다. 중국 기업을 차별하는 외국 기업을 골라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를 만들겠다고도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무역전쟁 후폭풍이 장기화하면서 최근 애플 등 유명 기업들의 ‘탈(脫)중국’ 바람이 가시화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중국 지도부가 직접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리 총리는 이날 “오늘 모인 기업들은 40년 전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 때부터 중국에 투자해 이익을 거뒀다. 중국과 수십 년간 ‘윈윈(win-win)’ 협력관계를 성취했다”며 ‘옛 인연’도 강조했다.
미중 고위 관계자들도 협상 재개를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9일 하원에 출석해 “내일이나 모레 상대방과 통화하겠다. 양국 정상회담 전 G20 회의 현장에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함께 중국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를 만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언제 협상이 재개될지 현 시점에서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대화하고 만날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도 1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러시아 및 중국과 잘 지내고 싶다.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도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의 전화 통화 후 두 나라 무역협상 대표들이 소통하면서 정상회담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2.4% 올랐다.
양국 정상회담에서 무역 문제에 대한 극적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도 나온다.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20일자 사설에서 “정상 간 단 한 번의 만남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도 중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및 기술이전 강요 금지 법제화 등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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