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집 ‘꿈이 자라는 방’ 출간
‘선풍기는 에어컨만큼 시원하지도 않다/하지만 열심히 날개를 휙휙 돌리며/에어컨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한다’
초등학교 5학년 이승민 군은 선풍기를 보며 가족과 떨어져 힘들게 벌목 일을 하는 아버지를 떠올렸고, ‘선풍기 아빠’라는 시를 썼다. 비행기를 탄 적이 없는 초등학교 3학년 김유림 양은 광주 무등산 군왕봉에 오르다 문득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을 상상해 화폭에 옮겼다. 김 양이 그린 ‘등산할 때 일어난 일’에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나’와 산 아래에서 손을 흔드는 ‘나’가 등장한다.
CJ나눔재단이 발간한 ‘꿈이 자라는 방’(사진)에는 이처럼 아이들의 진솔한 내면이 담겨 있다. 전국 지역아동센터(공부방)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꿈키움 문예 공모전’ 응모작 가운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작품 150편을 엮었다. CJ나눔재단이 만든 CJ도너스캠프는 공부방 교육지원사업의 일환으로 2015년부터 매년 공모전을 개최해왔다. 지난해 공모전에는 전국 252곳 지역아동센터에서 총 1571편의 작품이 모였다.
표현은 서툴고 장난기는 가득하지만 아이들이 풀어놓은 이야기는 일상 속 작은 깨달음으로 가득하다. 헤어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나 부모님에 대한 애틋한 마음, 장래 희망, 행복했던 순간 등을 꾸밈없이 표현해냈다. 아이들의 순수하고 창의적인 시, 산문, 그림을 보다보면 어느새 이들의 꿈을 응원하게 된다. 글 부문 심사를 맡은 이해인 수녀는 “솔직함과 참신한 유머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았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 생각하고 가식적으로 꾸미려 했다면 아마 그런 글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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