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작고미술인 회고 프로젝트 '반추'
9월 30일까지 첫번째 전시 '반추 반추상: 1999-2004 작고미술인'
홍종명, 과수원집딸, 36×28cm, 종이보드에 색채, 1991(홍순효 기증) |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꽃에 둘러싸인 소녀 얼굴에도 꽃이 피었다. 일흔 노인이 된 아버지에게 약 40년 전 생이별한 딸은 여전히 소녀로 남았다.
화가 홍종명은 한국전 당시 급하게 남쪽으로 내려오느라 데려오지 못한 큰딸을 평생 마음에 품었다. 1991년 종이에 그린 '과수원집딸' 주인공도 큰딸이다. '과수원집딸'에서는 화가에게 큰 영향을 준 고향 평양의 고구려 벽화 흔적이 보인다.
2004년 세상을 떠난 홍종명을 기억하는 이들은 이제 많지 않다. 제주도 피난시절 가까이 지낸 서양화단의 원로 장리석도 지난 3월 별세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시장과 평단에서 주목받은 홍종명 등 구상 계열 작가는 단색조 계열 작가에 밀려난 상황이다.
서울 종로구 홍지동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홍종명을 비롯해 1999∼2004년 작고한 미술인 40명을 소개하는 전시 '반추(反芻) 반추상: 1999-2004 작고미술인'을 27일부터 연다.
김정현 박물관 실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기간 작고한 전문미술인 145명 중 37명만이 전시가 개최되거나 단행본이 발간된 것으로 파악됐다"라면서 "작고 후 15∼20년이 흐르면서 작품과 자료, 관련 기억이 대부분 유실됐다"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특정 작가군만 과도하게 집중적으로 조명받을 경우, 한국 미술사 서사구조도 빈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물관은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그동안 일반에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거나, 최근 10년간 비영리 미술기관에서 유작전이 개최되지 않은 작가를 선별했다.
이번 전시는 작고 미술인 회고·정리를 목적으로 한 '작고 미술인 반추' 시리즈 중 첫 번째다.
9월 30일까지 이어지는 전시에서는 이들 40명의 작품뿐 아니라 화집, 팸플릿, 사진 등 200여점을 소개한다.
박물관은 이 중에서 미술사적으로 의의가 크다고 판단한 김인승, 나상목, 박성환, 변종하, 홍종명 5명은 유족이나 제자, 연구자와 인터뷰를 진행해 소개했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제공] |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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